자매들이 힘들게 맞춘
휴가 당일 아침,
막내가 울었다.
전날 밤, 아빠가 또 괴성을 질렀다.
부모님과 살림을 합친 후
아빠는 당신의 방을 각종 고물과 쓰레기로 채웠다.
우리는 아빠가 집을 비운 1박 2일, 그것들을 내다 버렸다.
자매들끼리 그것을 치우느라 꼬박 다섯 시간이 걸렸다.
그러면서도 난리 칠 아빠가 걱정이었다.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찬 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나라면 이렇게 치워주는 사람
고마울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도 지쳐있었다, 모두가.
누가 버린 실로폰, 멜로디혼, 바이올린 등이 나왔을 때
순간 욕지기가 나왔다.
고장 난 드라이, 스탠드만 몇 개였는지 모르겠다.
그중에는 누군가 내다 버린 가족앨범도 있었다.
평생을 정말이지 빚 갚느라 처자식을 그렇게 고생시키더니
이제는 쓰레기를 주워 고생시키는,
이 끝나지 않은 고통에 치가 떨렸다.
바퀴벌레를 보면 소리부터 지르던 내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청소 중에 나온 바퀴벌레를 때려죽였으니
정말 내가 내리친 것이 바퀴가 맞나 싶다.
결국 더러운 책들과 각종 고물을 버리고 치우다
언니는 허리를 다쳤고
우리가 힘들게 날짜를 맞춘
휴가 당일, 일정이 틀어지자
막내가 울었다.
막내는 한 번도
나처럼 악다구니를 쓰거나 울거나
감정을 표출한 적이 없다.
그런 막내의 감정이 무너졌다.
동네 쓰레기장을 뒤지고 온 아빠에게
막내가 울며 말했다.
“
고작 하루였어.
하루 날 맞춰서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서.
아빠는 엄마락 엊그제
바다 놀러 갔다 왔잖아.
우리는 오늘 하루만 바람 쐬고 싶었던 건데
아빠가 다 망쳐놨어.
자식한테 어떻게 이래.
언니들 불쌍하지도 않아.
어떻게 우리한테 미안해하지를 않아.
“
사실 그랬다.
고생시켰다는 사실보다
우리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아빠가
더 싫었다.
나에게는 그저 양심 없는 사람이었다.
처자식을 자신의 삶에서 도구로 여기는 사람.
그게 나의 아빠였다.
딸이 3년을 빚 갚고 그 와중에 겨우 건진
대학 등록금이 될 그 퇴직금을
일말의 양심도 없이 착취하려 했던 사람.
아빠 없는 세상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는
직장 동료의 말을 나는 조금도 공감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반대였으니까.
아빠 없는 세상을 나는 기다렸으니까.
우리 중
누군가는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목이 터져라 악다구니를 써야
끝이 났다.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아빠에게 연민이란 걸 느끼고 싶다,
증오나 미움, 경멸이 아닌
그저 불쌍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다.
제발 도와줘,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