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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Aug 21. 2023

꽃뱀

어릴 때

우리 집 앞마당에서

화려한 꽃뱀을 보았다.


어찌나 길고 커다란지 너무 놀라

소리를 크게 지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무섭고 두려워

식구들이 올 때까지

책상 위에 올라가서는

오래도록 내려가지 않았다.


동생과 언니가 있을 만한 곳에

울면서 전화를 했던 것 같다.


나 혼자 있고, 커다란 뱀을 보았고

빨리 집에 와 줬으면 하는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


뱀을 보고 놀란 건

그때가 두 번째였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되었을까?

가난했던 우리 집에는 탈수기밖에 없던 때였다.

학교에 다녀온 큰언니를 따라

빨래터에 함께 갔다.


언니는 빨래를 하고

나는 개울에서 고기를 잡았다.


소쿠리 가져다 고기 잡는 흉내만 내고 있는데

내 옆으로 물살을 타고 뭔가 쓰윽하고 지나갔다.

그게 물뱀이었다.

몸이 온통 거친 모래색이었다.


너무 놀라 소리를 엄청 지르고

개울에서 도망쳐 나왔다.


언니가 놀라 달려왔던 기억이 난다.

놀란 나를 달래느라 언니는 하던 빨래를 마무리도 못하고 챙겨 나왔다.

나는 빨리 그곳을 나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집에 가는 내내 서럽게 울었다.


뱀이 왜 그리 무서웠는지.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뱀도 억울할 것 같다.


내가 너한테 뭘 어쨌는데?

너 생긴 것 가지고 소리부터 지르면

그거 진짜 상당히 실례다, 너.


미안, 늦었지만 사과할게.

놀라게 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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