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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Aug 16. 2023

머릿니

머릿니에 관한 꿈은 두 번째였다.

생각이 복잡해지고 새벽에 잠이 깨었을 때,

그렇게 다시 잠이 들면 머릿니 꿈을 꾸더라.


무심코 머리를 만졌을 때

머리에서 느껴지는 머릿니의 느낌.


많은 양의 머릿니가 머리 한쪽에 몰려있는 느낌.


손으로 그걸 잡아 빼서

바닥으로 힘차게 내던지면

신기하게도 머릿니가 아닌

나무 조각들, 종이조각들이 다량으로 떨어져 나왔다.


머리카락에서 한참이나 그것들을

바닥으로 뽑아내면

나중에는 머리카락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다.


꿈에서는 신기하게

내 머리 상태가 다 보인다.


긴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하나로 묶은

내 뒤통수가 잘도 보인다.


처음 머릿니 꿈을 꾸고 나서는

징그럽기도 하고 괜히 가렵기도 해서

흉몽이니, 길몽이니 검색을 했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나는 잠이 깨고 나서도

한참을 검색했다.


그만큼 내 마음의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그냥 나는 내 꿈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저 또 머릿니 꿈을 꾸었네, 하고

생각만 하게 된다.



대학을 들어가기 전,

잠시 약국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딸아이가 반 친구에게 머릿니 옮았다며

약을 달라고 했다.

좋은 걸로 달라고 했다.


약사님의 설명에 집중하면서도

머릿니 생각에

께름칙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여자 손님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 내가 그래.

꿈이지만

역시 머릿니를 생각하면

자꾸 머리를 긁게 된다.

손님의 그 표정을 닮아간다.


추신 : 머릿니는 사실 키트 따위 있다 해도 필요 없지, 바로 보이거든. 그럼에도 꿈에 머릿니 키트 양성 판정 꿈을 꾸어 그려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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