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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Sep 18. 2023

너의 길

치즈야.


처음 네가 집을 나갔을 때

나는 문밖에 너를 잡아서는

씻기고 다시 집안으로 들였어.


길냥이인 너를 데려온 거지만

그래도 적응 잘하길래 좋았어.

그렇게 10개월 넘게 잘 지냈고

열린 창문으로 나간 네가

1박 2일 외박을 하고


그 후로는 문만 열리면 외박.


그럼 다시 데리고 들어오기를 반복하다가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에게 묻게 되더라.


억지로 데리고 오지 않고 그냥 두니

날 보면 잡히지 않으려 도망치던 너도

이제 더는 그러지 않더라.


너는 밖이 좋았구나.

자유를 느끼며

집 밖에서 그게 좋았구나.


표정도 훨씬 편안해진 너를 보니

내가 더 행복하더라.

여전히 밥도 잘 먹고

츄르를 좋아하는 너를

왜 나는 집에 가두려 했을까.


알겠어, 네 마음.

나는 딱 너의 집사로만 있을게.

널 소유하려 하지 않을게.


어쩐지 집 앞 길 위에 앉아 있는 네가

굉장히 멋져 보인다.


너의 길이

오늘따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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