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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줍는 여인, 아니 엄마

by 윤자매

주말, 핸드폰도 두고 나간 엄마는

아침 10시에 나가서 오후 4시에 집으로 귀환했다.

아주 흡족한 얼굴로 들어오셨다.


우리 엄마, 추수철에 바쁘다.

콩 추수가 끝나면 더 바빠진다.

엄마는 콩 추수가 끝난 누군가의 밭에서 콩을 줍는다.


엄마 말씀에 의하면 콩 추수가 끝나면 사람들은 떨어진 콩을 줍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 아까운 콩을 다 두고 썩어가니 엄마는 아까워서 줍게 되었다고.


주인이 싫어하면 어쩌냐고 했더니

다 방법이 있다고 하신다.


일단 지켜본단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오래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온다고 하신다.


주인을 만나 이 콩 좀 주워도 되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다 주워도 된다 한단다.


그럼 엄마는 신나서 줍기 시작하는 거지.


이 콩으로 엄마는 콩비지찌개를 해주신다.

엄마가 주워온 그 콩이라는 말도 잊지 않으신다.


그 콩을 줍느라 다리도 아프고 목도 아플 텐데

엄마는 그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으신다.


그저 행복하다 하신다.


엄마가 생계로 그걸 줍는 게 아니니 그냥 하시도록 두었다.

소녀처럼 행복해하신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행복한 엄마

나도 엄마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엄마의 수고로 끓인 콩비지찌개는

마음도 몸도 든든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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