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자매 Nov 29. 2023

이삭 줍는 여인, 아니 엄마

주말, 핸드폰도 두고 나간 엄마는

아침 10시에 나가서 오후 4시에 집으로 귀환했다.

아주 흡족한 얼굴로 들어오셨다.


우리 엄마, 추수철에 바쁘다.

콩 추수가 끝나면 더 바빠진다.

엄마는 콩 추수가 끝난 누군가의 밭에서 콩을 줍는다.


엄마 말씀에 의하면 콩 추수가 끝나면 사람들은 떨어진 콩을 줍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 아까운 콩을 다 두고 썩어가니 엄마는 아까워서 줍게 되었다고.


주인이 싫어하면 어쩌냐고 했더니

다 방법이 있다고 하신다.


일단 지켜본단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오래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온다고 하신다.


주인을 만나 이 콩 좀 주워도 되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다 주워도 된다 한단다.


그럼 엄마는 신나서 줍기 시작하는 거지.


이 콩으로 엄마는 콩비지찌개를 해주신다.

엄마가 주워온 그 콩이라는 말도 잊지 않으신다.


그 콩을 줍느라 다리도 아프고 목도 아플 텐데

엄마는 그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으신다.


그저 행복하다 하신다.


엄마가 생계로 그걸 줍는 게 아니니 그냥 하시도록 두었다.

소녀처럼 행복해하신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행복한 엄마

나도 엄마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엄마의 수고로 끓인 콩비지찌개는

마음도 몸도 든든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01 나의 아빠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