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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Nov 28. 2023

#01 나의 아빠에게

아빠, 내가 아빠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을까?

아마 어릴 적 어버이날에 썼을 수도 있겠네.

어쨌든 기억이 없어.


아빠, 내가 왜 이렇게 갑자기 아빠한테 편지를 쓰냐면

아빠가 너무 미워서.


너무 밉고 또 미워서 이렇게 편지를 쓰려고 해.


전에 어떤 선생님이 그런 말씀하셨어.

아빠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었네, 그랬네 저랬네 했더니

아빠 얘기를 글로 써보라고 하시더라.


그 생각도 났고

그냥 아빠한테 따지고 싶던 얘기

마음에 있던 말들 다 하고 싶어서.


대부분 끝맺음은

‘아빠, 그때 왜 그랬어?’

그렇게 되려나.


한동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나에게 아빠는 말이야

수면 아래 사는 괴물 같아.


바다가 잔잔해서 괴물은 없구나 싶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수면 위로 올라와서

사람들을 해치고 괴롭히는

그런 괴물.


순식간에 삶을 파괴시키는 그런 괴물.


아빠를 향한 수많은 글들이

더는 할 말이 없어지면

미움도 사라질까?


사라질 수 있을까,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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