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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Apr 22. 2024

벌 받기를

할아버지의 먼 사촌이라고 했다.

얼마나 먼지는 모르겠지만

그 먼 사촌이라는 아저씨는

할아버지 방에 앉아 있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했다.


그 아저씨는 무릎에 나를 앉쳤는데

이천 원인가 돈을 준 것 같다.

그러더니 그 억센 손으로 내 가슴을 만졌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가슴이 제법 몽우리가 진 상태였다.

만지면 딱딱했고 실수로 스치면 아프기도 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굉장히 불쾌하고 무섭기도 했다.

내 가슴을 계속 만졌고

이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가해지는 이 행동을

빨리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어나서 방을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저 없이 벌떡 일어났다.

잡으려는 손을 뿌리치고 나왔다.

방을 나오며

곁눈질로 아저씨를 보았는데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커다란 괴물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이미 노쇠하셨고

치매가 오셔서

그런 상황들을 전혀 인지 못하고 계셨다.


할아버지가 앞에 앉아 있는데도

나를 무릎에 앉혀서는

가슴을 만졌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던

그 소름 끼치는 상황이

아직도 선명하다.


얼핏 술냄새가 났던 것도 같고

빨갛게 달아오른 아저씨의 피부 색깔이

잊히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한다.


나쁜 짓을 했다면

반드시 되받기를.


반드시

벌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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