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먼 사촌이라고 했다.
얼마나 먼지는 모르겠지만
그 먼 사촌이라는 아저씨는
할아버지 방에 앉아 있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했다.
그 아저씨는 무릎에 나를 앉쳤는데
이천 원인가 돈을 준 것 같다.
그러더니 그 억센 손으로 내 가슴을 만졌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가슴이 제법 몽우리가 진 상태였다.
만지면 딱딱했고 실수로 스치면 아프기도 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굉장히 불쾌하고 무섭기도 했다.
내 가슴을 계속 만졌고
이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가해지는 이 행동을
빨리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어나서 방을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저 없이 벌떡 일어났다.
잡으려는 손을 뿌리치고 나왔다.
방을 나오며
곁눈질로 아저씨를 보았는데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커다란 괴물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이미 노쇠하셨고
치매가 오셔서
그런 상황들을 전혀 인지 못하고 계셨다.
할아버지가 앞에 앉아 있는데도
나를 무릎에 앉혀서는
가슴을 만졌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던
그 소름 끼치는 상황이
아직도 선명하다.
얼핏 술냄새가 났던 것도 같고
빨갛게 달아오른 아저씨의 피부 색깔이
잊히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한다.
나쁜 짓을 했다면
반드시 되받기를.
반드시
꼭
벌 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