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괜찮아
나비는 처음 몇 달은 내가 밥을 주고 냉큼 자리를 비워야 밥을 먹으러 왔다.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도 그랬다.
그래서 편하게 밥 먹으라고 일부러 컨테이너 아래에 사료와 물을 넣어주었다.
아주 오랜 기간을 곁을 주지 않았다.
(지금은 도망가지는 않는다, 정도)
회사에서 내 업무의 시작은 ‘고양이 밥’이다.
8시 30분이 되기 10분 전에 알람이 울린다.
8시 반까지 출근하기에 조금 일찍 출근해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일을 시작한다.
주말이 문제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말에도 나와 밥을 주었다.
(지금은 주말 근무 직원 분이 감사하게도 챙겨 주신다.)
주말에는 출근시간처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밥을 주러 가면 고양이는 없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없으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내가 그래도 너 밥 주러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도 안 보고 가면 그렇게 서운했다.
어느 날은 주말에 좀 늦게 간 적이 있었다.
어차피 고양이는 없을 것이고 밥 주는 곳까지 천천히 걸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 밥이 없으니 돌아가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나비, 나 왔어!”
그러자 거짓말처럼 나비가 뒤를 보았다.
그러더니 거짓말처럼 나에게로 달려왔다.
나는 서둘러 밥그릇에 사료를 부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내가 한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허겁지겁 나비가 밥을 먹었다.
밥이 없으니 돌아가는 나비의 뒷모습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끝까지 내가 책임지자, 그런 마음이 그때 강하게 들었다.
너는 내 새끼, 끝까지 간다.
(그래도 인간적으로 회사에서 보면 아는 척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