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다니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막차를 타고 홀로 집으로 걸어가는 길 (아주 그냥 더럽게 무섭고)
시골이라 드문드문 가로등이 있었고
나는 항상 마지막 정류장 바로 전 정거장에서 내렸다.
간혹 나 홀로 서너 정거장을 홀로 가기도 했었다.
그날도 서너 정거장을 홀로 갔다.
내려서 정말 주먹을 꼭 말아 쥐고 냅다 뛰는데
중간에 작은 다리가 하나 있었다. 그곳까지 달려야 가로등이 있기에 나는 다리까지 냅다 달렸다.
쉬지도 않고 정말 냅다 달렸다.
그런데 그곳에 고양이가 있는 거야!!
그것도 검은색 도둑고양이(그 당시 고양이는 나에게 다 도둑고양이였다).
나는 순간 얼음! 무서워서 그 자리에 서 버렸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내게 천천히 걸어오는 거야!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지금도 그 고양이가 잊히질 않아.
그때의 밤공기와 어두움을 해치고 천천히 걸어오던 고양이 한 마리!
정말이지 비명을 지르며 쉬지 않고 집까지 달렸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
당시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를 나열하자면,
복수의 상징, 공포 영화의 주인공, 영물……
무섭고 두려웠다, 나는.
그런 내가 지금은 길에서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릴라치면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펫 도시락과 물을 챙긴다.
길냥이들이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해 아프다는 말을 어디서 또 주워들은 건 있어서 물도 챙긴다.
한 번은 편의점에 가서 펫 도시락과 물, 고양이 캔도 하나 샀는데 이런 카드 잔액이 부족하다고!!
뒤에 남자분이 계셔서 보류시키고 흩어진 돈들을 한 계좌로 모으기 시작했지.
그래서 다시 결제했는데 이런, 또 잔액이 부족!
다시 뒤로 가서 돈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지, 이번에는 오차 없이 덧셈을 잘하자.
근데 오백 원이 모자라더라.
“제가 집에 가서 돈 가지고 올게요,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나와서 집까지 걸어가는데 창피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폰 보는 척을 했다. 집에 현금 만 원이 있었다, 얼른 가져오자.
잠시 뒤, 뒤에서 누가 불렀다.
“저기요!”
돌아보니 네다섯 명이 무리 지어 있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계셨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저기요!”
뒤를 돌아보았다. 어떤 남자분이 나에게 고양이 캔을 주셨다. 2500원짜리 그 비싼 고양이 캔을!
“가지세요.”
“저요? 저 돈 있어요. 집에 있어요(다시 생각해도 창피하다).”
“가지세요. 괜찮아요.”
“집에서 가져오면 되는데.”
캔을 건네던 남자분 뒤에서 “선물이에요!” 하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 어디 숨고 싶다 정말(나는 신용카드가 없다).
나는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네. 창피해서 그 무리가 사라질 때까지 잠시 서 있다가 벤치에서 기다리던 고양이에게 캔을 따주었다.
드라마였다면, 내가 예쁜 여주였다면 나에게 연락처를 물었겠지만 정말이지 순수하게 고양이 캔만 주고 가셨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것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마스크가 내 미모를 가려주어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얼굴을 가려주어서 너무 고맙다, 마스크야!
네가 나를 지켜주었구나, KF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