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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꽃향기 Oct 31. 2022

미니원룸 살이의 고달픔…

미니원룸 살이의 고달픔…


처음 이 원룸살이를 시작할 때 가장 큰 강적은 바로 옆방의 밤 12시 넘어서의 장시간 통화….

워낙 작은 방들이 밀집해 있는데다 바로 벽 옆이 옆방의 출입문이자 잠자리이자 생활공간이다 보니 TV를 보다 웃는 소리, 퇴근해 들어와서 방의 등을 켜는 스위치 소리까지 들려왔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밤 12시 가까이 되어 집에 들어와서 다음날 2-3시까지 이어지는 지인과의 통화였다. 전화로 갖가지 비속어를 담은 절규를 담은 통화를 소리를 질러가며 몇 시간 동안 하니 정말 참기 힘들었다. 심지어는 그 상대방이 가상의 인물은 아닐까 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 상대방은 나중에 알고 보니 옆방에 사는 여자분보다 몇 살 연하인 직장 동료 남자였다. 일요일에 종종 그 방에 놀러오곤 해서 알게 되었다. 둘 간의 사이가 좋을 땐 휴일에 좁은 원룸에서 배달음식까지 시켜 먹어가면서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는데 왜 가끔 절규에 가까운 다툼을 전화로 하는 걸까… 


어느날은 이 옆방 사람이 집에 있는 동안 이상한 소리를 낸다며 위층 방에 있는 남자가 와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말라며 방문했는데, 내 옆방 사람은 증거 있냐며 근거를 대라고 했다. 그러자 위층 방에 있는 사람이 한 달간 출퇴근하는 시간을 모두 기록해 놨다며 위층 방에 들어가서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 원룸 건물에 둘 다 오래 산 사람들 같았는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구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이 원룸에 들어오고 난 후 1년 여가 지난 어느날… 문제의 옆방 여자는 이사를 갔다.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신기했다. 


최근 몇 달간 비어있던 옆방에 새로 이웃이 들어왔다. 나는 지방 본가에 일주일이나 열흘씩 오래 있다가 올라와서 최근 알게 되었는데, 이번엔 또 다른 강적이 들어왔다. 밤마다 코를 고는 것이었다. 얼굴한번 보지 않았지만, 바로 옆에서 잠을 자듯 매일 밤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는 참 괴롭다. 본인도 자면서 본인이 코를 고는지 잘 모를 수 있고, 코를 고는 것을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문제이니, 난감하다. 그냥 버티자. 이사가는 날까지… 


원래 고시원이던 곳이 미니원룸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원룸들은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3개월에 한 번씩 소방점검을 한다. 원룸 건물 주인분이 각 방에 일일이 들어와 화재경고알람 상태 및 비상등이나 소화기 상태 점검 등을 한다. 나는 내가 없을 때 누가 내 방이나 집에 들어오는 것을 극히 싫어하지만 법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단다. 처음엔 무조건 집에 있었지만, 점점 귀찮아져서 어쩔땐 내가 없을 때도 소방점검을 받게 되었다. 한 건물에 수십개의 방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언제부턴가 새로 들어온 사람이 담배를 펴기 시작했다. 


욕실 환기팬을 통해서 담배 냄새가 들어오더니 건물 내 출입 통로에서도 담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길거리나 창밖에서 담배 냄새가 들어오는 것도 괴로운데, 건물 내 3평도 안되는 원룸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어느날 집에 들어오는 길에 건물 출입구로 불붙인 담배를 손에 낀 채 들어오는 아래층 사람을 보게 되어 결국 주인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주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했지만, 여전히 통로에서 담배냄새가 나곤 한다. 참 말도 안듣는다. 


어쩌면 몸 하나 뉘우기도 쉽지 않은 작은 원룸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그 시간이 유일한 자유 시간일 수도 있겠다. 나도 닫힌 공간에서 답답함을 느껴 일이 없어 시간이 날 때면 무조건 밖에 나가 산책을 하건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 드라이브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각자의 시간들을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 잠깐 머리를 식히고 또 다른 좁은 공간에서의 닫힌 시간들을 견뎌내고 이겨내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대학생으로, 어떤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첫 직장살이로, 어떤 사람은 시험 공부를 위해, 어떤 사람은 인생의 많은 고비를 굽이굽이 돌아 중년의 나이에 이곳에 살기도 한다. 수많은 사연과 다양한 표정 속에 각자의 인생을 담고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다. 

또다른 내일을 힘겹게 열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다시 꿈을 꾸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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