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뜬다…
원룸살이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내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 원룸살이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었다. 처음엔 30평대 아파트에 살다가 이 좁디좁은 곳으로 오다보니, 숨이 막히기도 하고 내가 이 나이에 뭘하고 있는 건지 우울증이 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움을 바꾸기로 했다. 난 이곳에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만큼 여기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이뤄가기 위해 이 공간을 마음껏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과 지방의 거리 상의 차이는 마음의 거리를 크게 만들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대한 접근성과 심적인 부담을 크게 만들었기에 우선 그 거리를 좁히고 가볍게 하는 공간으로 이 원룸을 바꿔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글자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바꾸는 고도로 집중하는 일을 하다가 머리를 식힐 때 미술관이나 박물관, 아니면 공원 가는 것을 즐긴다. 이런 면에서 서울은 나에게 더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그 다음은 가족과의 적당한 거리두기와 나의 독립된 생활이다. 직장생활 내내 서울과 분당에 있던 나는 거의 20년 가까이 부모님 곁을 떠나 지내다가 다시 합가를 하다보니, 생활습관이나 패턴이 여러모로 부모님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부모님과 부딪힐 때도 많았다. 거실에서 들리는 TV 소리조차도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런데, 서울 원룸에 오면서 물리적 거리를 두게 되었고, 이를 통해 부모님과 떨어져 독립된 시간을 갖다보니,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스트레스는 줄고, 가끔 본가에 내려가 부모님을 대할 때도 어느 정도의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고 좀 더 부모님 편에서의 입장들도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더라도 24시간 동안 각자의 독립된 시간과 공간이 없이 함께 한다면 완벽하게 사이가 좋을 수 없는 것처럼 가족과의 쉼없는 공간과 시간도 그렇게 건강한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닿는 시간들이 소중했다.
세 번째는 일에 있어서의 균형감을 되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분가 전에는 내가 왜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당위성도 없었고, 한없이 가라앉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면 서울에서의 원룸살이는 다시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시간제 배달 아르바이트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분주하게 생활의 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가 지금 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월세내는 삶을 살아가면서 매월 지출되는 소비 내역에 대한 가계부를 써가며 관리하게 되었고, 월별로 균등하게 들어오는 수입액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단 한달이라도 예상외의 지출이나 수입에서의 변동성이 있을 경우에 생기는 문제들을 다시금 점검하고 미리 문제를 예방하는 계획적인 생활로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저축도 하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 노후에 대한 준비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것에 대해 거창한 계획으로 크게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첫 단추를 끼운 듯했다. 두렵지만 그래도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고 시도하지 않는 것보단, 실패해도 도전해 보고 시작해 보는 것…. 그 지점부터 새로운 희망도 기회도 열린다는 것을 믿게 된 것이다.
요즘은 작년에 비해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아, 여러 방면에서 위기의 높은 파고가 다가오고 있다. 한 시 앞을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자신을 믿는다. 어렵지만, 그에 맞게 준비하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보면 빛이 보이고 최종 종착지에 안전하게 결국은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 위에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다 보면 처음엔 한 계단이겠지만, 묵묵히 두 계단을 딛고 올라서고, 세 계단을 뛰어오르고, 정상을 바라보며 올라서리라. 지금은 원룸살이지만, 또 다른 공간에서 다시 도약하고 더 큰 꿈을 향해 날개를 펼 수 있는 다음 순간에 도달해 쉼없이 살아온 순간들을 웃으며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섬처럼 서울의 또다른 공간으로 떨어져 있는 이곳 신림동 고시촌의 수많은 사람들… 많은 꿈들을 품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다시 자신의 날개를 인식하고 그 날개를 펴서 날아오를 수 있는 준비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용기내어 나아갈 수 있는 귀한 보금자리로 이곳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