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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에포크 Jan 24. 2022

'쫄보'의 주식 수익률

적금 이자로 현타가 온 주식 입문기(2)

"제대로 해봐야겠다." 다짐했다. 우선 서점에 가서 경제도서 베스트셀러들을 살펴보았다. 주식 붐이 일어나면서 '주린이를 위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와있었다. 나는 가장 쉬워 보이는 개념서 하나를 골라 구매했다. 다시 기본부터 하나씩 알아가야 했다. 시가총액, 양봉, 음봉, PER, PBR 등 주식 용어들을 공부했다. 생소한 것들이 많아서 책을 읽다가도 다시 뒤로 돌아가서 찾아봐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유튜브로 여러 가지 주식 영상들을 봤고 그 당시 심평원 언니가 듣는다고 했던 '삼프로 팟캐스트'를 찾아보았다.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만큼, 삼프로 또한 급성장하여 네이버 오디오, 팟캐스트, 유튜브까지 점점 영역이 확대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삼프로 tv'를 매일 들으면서 경제용어를 익히고 주식상황을 공부하기로 했다. 7시 30분에 시작하는 '출근길 라이브'를 보기 위해 7시 10분쯤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아침밥을 먹으면서 라이브 영상을 봤다. 매일 아침 경제뉴스도 정리해서 알려주었기 때문에 뉴스를 봐야 하는 나의 수고로움을 덜어주었고, 나는 조금씩 귀가 트이고 있었다. 


주식에 관심 있는 직장동료와 서로 어떤 것을 공부하는지 공유했다. 내가 워낙 '주린이'다 보니 직장동료는 차트를 보는 방법, 어떤 종목을 사야 안전한 것인가 등 점심시간만 되면 주식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나는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또 이 와중에 남의 말을 듣고 두 개의 종목을 샀었는데 역시나 마이너스의 길을 가고 있었다. 내 상황을 보고서 직장동료는 우선 내 주변에 있는 회사를 사라고 했다. 이를테면 카카오, 네이버, 스타벅스 같은 것들을 보고 우량주를 사야 안전하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많이 쓰는 '카카오'를 샀다. 2021년 2월 한참 잘 나가던 '현대차'도 샀다. 다른 잡주는 모두 손절했다. 월급이 들어오면 네이버랑 카카오를 하나하나씩 더 샀다. 적금이 또 하나 만료되자 이것도 모두 주식을 사는데 썼다. 주식이라는 세계에 입문하고 나서 매일 아침 출근길, 점심시간, 저녁 퇴근길 모두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서는 주식을 공부했다.

 마침 3월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모를 시작했고, 청약을 신청하면서 처음으로 IPO라는 것에 참여해 보는 경험도 했다. 현대차는 2월이 고점이어서 계속 마이너스를 찍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주식을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직장은 팀이 바뀌었다 해도 야근을 해야 하는 날도 잦았고 여전히 주말 출근은 1년 넘게 계속되는 상황이었기에, 다른 세계를 공부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하나의 refresh 였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계속 유튜브로 매일의 주식상황을 공부하다 보니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모두 주식이었다. 그러자 나는 이제 내가 스스로 종목을 발굴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4개 정도 유망한 종목을 뽑아서 재무제표를 정리해보았다.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회사들만 뽑았다. 각각의 분야가 조금씩 달랐지만 망하지 않을 회사 같았고, 앞으로 이 종목의 시장이 커지면 매출도 더 늘어날 것 같았다. 나는 3월에 주식을 매수하고 6월에 매도했다. 처음으로 내 손으로 종목을 찾고 투자한 것이었고, 시드머니가 적었기에 수익은 적었지만 수익률은 나쁘지 않았다. 기존에 매수했던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도 계속 상승하였고, 나머지 다른 주식들도 다들 수익률이 괜찮았다. 그렇게 계속 공부를 하면서 직장 동료와 다음 분기 재무제표가 좋을 것들을 찾아냈고, 어떤 종목은 운이 좋게도 50%의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어떤 종목이 무상증자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상증자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그래서 무상증자 전에 주식을 매수했고 그 결과, 거래한 종목 중에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2021년 하반기에는 2차 전지 소재로 옮겨갔고 그 당시 주도주였기 때문에 계속 주가가 올랐다.


주식을 시작하면서 내 계좌는 돈을 벌고 있었지만 마이너스가 되는 종목들도 있었다. 매번 사는 것마다 오르는 것은 아니었고, 잘못된 판단과 성급함으로 돈을 잃기도 했다. 알면 알수록 주식은 무서운 것이었다. 계속 가지고 있는다고 능사는 아니었고 또 조금 떨어졌다고 바로 매도하는 것도 근시안적인 생각이었다. 나름 주식시장에 오래 있었다고 자부하는 아빠를 보니 주식시장에 오래 있는다고 해서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2021년 1년간 주식을 하고 2022년, 올해 초 한국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2021년, 1년간 주식을 한 결과, 총 입금액 수익률 23.5%, 잔액기준 수익률 102%, 평잔 수익률 41% 였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2020년 불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2021년 조금 어려웠던 장이였지만 그때마다 주도주에 잘 올라탔던 것 같다. "내가 시드머니가 적어서 그렇지 투자금이 많았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라는 자신감을 가장한 자만심도 생겼다. 적금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률만 내자는 생각이었지만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냈다. 한참 직장동료와 주식에 대해 토론할 때는 '나도 파이어족이 될 거야!' 라며 서로 열의를 다졌지만, 파이어족은 내가 "파이어!"라고 외친다한들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아침 9시에 주식창을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일과였고, 주식시장에 따라서 나의 기분이 좌지우지되고는 하였다. 오르면 좋고 내리면 슬픈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나는 내 주식이 갑자기 오르면 두려움을 느꼈다. 올라서 좋다기보다는 '왜 오르는 거야... 나 무서워...'라는 마음이 컸고, 언제 떨어질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그렇게 나는 '무서워...'라는 말을 반복하다 참지 못하고 매도를 하고는 했다. 주식이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멘탈'싸움이었다. 저녁 내내 팔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다 해도 등락폭이 심한 주식을 보고 있으면 내 결심 따위는 잊히고 '어떡하지... 팔아야 하나?'며 바로 태세 전환이 가능했다.


그야말로 쫄보였다.

주식에 대해서 짧게 공부해본 결과 주식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단타 매수 법, 차트 매수 법, 가치투자, 퀀트 투자 등 여러 가지 주식 방법이 있고 책과 영상 또한 굉장히 많다. 1년간 주식을 경험하면서 내가 깨닫게 된 것은 여기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쫄보였기 때문에 단타는 맞지 않았다. 어쩌다 가끔 2만 원 정도 버는 것이 다였고, 그마저도 까먹기 일수였다. 또한 직장인들은 계속 주식을 보고 있을 수 없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면 돈을 잃기 쉬웠다. 또 가치투자를 위해 한 회사를 계속 공부하다 보면 이 종목에 애정이 생기고 더불어 집착도 생겼다. 분명 좋은 회사인데 떨어지면 집착으로 인해 더 매수하게 되고 좋지 않은 뉴스, 즉 악재가 나와도 곧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홀딩하게 된다. 그러나 계속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일명 '물타기'를 한다 해도 계속 떨어지는 주식에서는 답이 없었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고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2021년간의 주도주를 잘 탔다. IT업종, 수소, 2차 전지 등 주도주는 빠르게 바뀌었고 나는 무서움으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타이밍 좋게 매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판에 나의 2차 전지 주도주가 힘을 잃었고 다른 게임회사 주도주가 생겨났을 때 집착으로 인해 옳은 판단을 하지 못했다. 결국 새로 바뀐 주도주에 늦게 올라타 상투를 맞았다. 


"요즘애들은 그저 쉽게 돈 벌려고 주식이나 코인 같은 거나 하고 말이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한들 주식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주식과 투자는 40대 중년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사회초년생부터 시작해야 할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자본시장에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돈을 밝힌다' 터부시 하며 가려둘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나아가 젊을수록 빨리 돈을 밝혀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국, 영, 수만 배워왔지 경제에 대한 개념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중학생이 되면서 모든 교과과정은 국, 영, 수에 집중되었고, 시험성적을 잘 받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목표였기에 다른 과목들은 모두의 관심에서 배제되었다. 그저 '대학' 만이 하나의 정답이라 생각하며 책상에 코 박아 가며 '수학의 정석'만 풀고 있는 게 아니라 워런 버핏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었더라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2030이 치솟는 부동산 값을 보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나 또한 주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니,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주식으로 돈 벌고 있었네'였고,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로 내 자산은 보이지 않을 만큼 뒷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성실히 공부만 하다 대학에 입학하고, 입학 후에는 어떻게든 사회적으로 '기능하는 인간'이 되고자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여차저차 밥벌이를 하게 되었지만, 맞닥뜨린 사회는 주식과 부동산으로 내 연봉의 몇십 배 되는 돈을 버는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그 허탈함을 아는가? 30년 동안 낮밤 할 것 없이 책상에 앉아있었던 시간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 맞벌이를 하며 우리들 학원 픽업을 다녔던 엄마의 시간과 아빠의 월급들, 학점 A를 받기 위해 동기들과 경쟁하던 순간들, 직장상사들의 말도 안 되는 관습들을 참아오며 자존심 버려야 했던 순간들. 이것들이 모두 부질없이 느껴지는 허무함을 아는가? 그저 허허허 웃으며 '여기서 동기보다 빠르게 승진해야지'라며 직장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 퇴근 후에 내 부캐를 만들거나 재테크 공부에 몰두하는 삶에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의 좀 더 빠른 승진과 임원이 되어 성공하겠다는 대책 없는 낙관이 아닌, 좀 더 비관적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되 현실 감각을 키워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어떤 비관인가? 바로 비관적 현실주의입니다. 비관적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관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비관적 현실주의는 인상을 쓰고 침울하게 살아가자는게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되 그 안에서 최대한의 의미,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비관적 현실주의에는 개인주의가 필수적입니다.                                                
                                                                                                 by <보다,읽다,말하다 - 김영하>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보다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자아, 모두 '성투'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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