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솔직해지는 방법

잃어버린 계절의 끝에서

by 프리지아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민혁과 재현, 선우가 돌아왔다. 아마 나와 재민이 대화할 시간을 주려고 셋이 일부러 밖에 나갔던 것 같았다.

이제 3년 전에 멈춰 있던 재현이와의 시간을 다시 움직여야 했다.

혼자 방으로 들어가는 재현이의 뒤를 따라갔다.

“재민이랑은 얘기 잘했어?”

재현이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물었다.

“어… 응. 잘한 것 같아…”

나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재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이 발끝으로 떨어졌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한 번 닫힌 문은 다시 열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결국 그 문을 여는 건 내 몫이었다.

“그날… 나 업고 달려줘서 고마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다리 위에서… 날 찾아줘서 고마워…”

재현이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내 시선은 끝내 발끝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재현이는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말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무서워서… 내가 상처받는 게 무서워서…

너랑 재민이한테 상처를 줬어…”

숨이 점점 가빠졌다.

“…비겁했어. 내가…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그리고 결국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왔다.

“찬영이가… 나 때문에…”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그 순간 재현이가 나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재현이의 목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렸다.

“그만 말해도 돼… 이제 다 알아.”

재현이는 늘 그랬듯 다정한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 알아… 내가.”

나는 재현이의 품 안에서 넘치는 눈물을 애써 삼키고 있었다.

잠시 후 재현이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더 빨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더 빨리 뛰고, 더 빨리 찾았어야 했는데…”

그리고 작게 웃듯 말했다.

“그치?”

“그게 무슨…”

나는 놀라서 재현이의 품에서 벗어나 그와 눈을 마주봤다.

재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많이 슬퍼 보였다.

“그러니까…”

재현이가 말했다.

“우리 이제 서로 자책하는 거 그만하자.”

재현이의 손이 어느새 내 뺨을 만지고 있었다.

“이제… 미래만 생각하자.”

잠시 말을 고르더니 조용히 덧붙였다.

“응?”

오랜만에 마주한 재현이의 눈은 너무 슬퍼 보였다.

그래서 더 망설여졌다.

‘만약 내가…또 다시 상처를 주게 된다면?’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재현이의 다정함에 기대고 싶었다.

나는 삼키던 눈물을 그대로 흘리며 말했다.

“응… 그러자…”

그제야 3년 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다.

나는 결국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 소리를 듣고 민혁과 선우, 재민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우리 곁에 서 있었다.

그날의 내 눈물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후회와 죄책감, 그리고

이제야 보내줄 수 있게 된 마음까지.

어쩌면 그제서야 나는 찬영이를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3년 전 그 사고에서 멈춰 있던 시간이 조금씩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다 울었어?”

내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민혁이 놀리듯 물었다.

나는 눈물이 멎자 괜히 창피해져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더 울어. 3년치 눈물 다 흘리고 가야지.”

선우도 민혁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도 우니까 시원하지? 계속 참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는데… 다행이다.”

재민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게… 한 번도 안 울었잖아.”

재현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내 손에 휴지를 쥐여 주며 말했다.

다들 그동안 내가 눈물을 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척해 주고 있었다.

“울었어. 찬영이 마지막 날엔.”

민혁이 장례식장을 떠올리듯 말했다.

“울었다고?? 언제?”

선우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마지막 날에 잠깐. 근데… 그때도 많이 참은 거였네.”

민혁은 마치 처음으로 소리 내 우는 법을 배운 아이를 칭찬하듯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먼저 방을 나가며 말했다.

“진정하고 나와. 밥 먹자.”

“그래, 얼른 나와.”

재민도 후련한 얼굴로 웃으며 민혁을 따라 나갔다.

나는 재현이가 건네준 휴지로 대충 얼굴을 닦았다.

잠시 후, 우리는 다시 거실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 다시 장난을 치고, 웃으며.

그 순간의 웃음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12화, 우리는 서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