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시대의 자화상
달 목욕회원이자 평범한 주부인 나에게 목욕탕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수다방이다. 오늘도 땀을 빼고 나니 언니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대화 주제는 '젊은 세대의 결혼 1순위'에 대한 것이었다.
요즘 젊은 층들은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인성보다 더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 바로
'부모님의 경제력과 노후 상태'라는 이야기에 모두가 웅성거렸다.
"양쪽 부모님 용돈을 드려야 하는가?", 부모님 스스로 건강보험은 잘 가입해 놓으셨는가?"까지
묻는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젊은 세대의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충분히 이해는 된다. 힘든 세상에서 자신들의 가정을 지키려는 절박한
마음이자, 이성적인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오직 자식의 행복만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희생하고 뒷바라지했던 우리 세대 부모들의 헌신이,
이제 와 자식 결혼의 조건이 되어버린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자식의 결혼 조건 1순위가 부모가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매겨진다면, 그것이 마치
부모 자격 미달처럼 들리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자식에게는 사랑과 희생만을 생각했는데, 돌아온 세상의 잣대는 '경제적 안정'이라는 사실 앞에서
많은 중년 어머니들이 서운함과 슬픔을 느낄 것 같다.
부모가 자식에게 기꺼이 모든 것을 주려고 하는 마음이 이제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대의 냉정함이 동전의 양면처럼 마음을 시리게 한다.
결혼은 세대 간의 갈등이나 개인의 고민으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노후가 준비가 안 된 부모 가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하나의 벽이 되어버린 이 현상은, 더 이상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온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씁쓸한 시대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부모의 고독한 노력과, 현실을 살아가려는 젊은 세대의 고투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모두 가슴 아픈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할까?...
나는 아들이 결혼할 때 사랑과 용기를 가장 큰 지참금으로 가져가길 바라면서
따뜻한 마음이 여전히 가장 소중하며 그 마음이 가정의 1순위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추신ᆢ
**'글쓰기'**라는 이 고독하지만 아름다운 여정 속에서, 여러분은 저의 가장 든든한 동행자였습니다. 부족한 글에 보내주신 한 줄의 댓글, 하나의 '좋아요'는 매번 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습니다.
'한 뼘'은 여기서 잠시 쉼표를 찍지만, 책 읽기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저의 여정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여러분을 찾아뵐 날을 꿈꿉니다.
그때까지, 독자님들의 일상에도 '한 뼘' 만큼의 작은 행복과 감동이 늘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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