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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 도전기 (Ep. 2)

by 포차

호기롭게 시작해 끝은 미약할 수 있지만, 추석 연휴를 맞아 바이브 코딩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PM으로서, 긴 연휴를 맞아 지금 내가 준비해야 하는 첫 번째는 AI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도를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휴 이전 「AI 시대, PM/PO를 위한 한 번에 끝내는 AI 서비스 기획 실무」 과정을 신청했고, 연휴 기간 동안 바이브 코딩을 통해 실제 서비스를 배포해보려 합니다.


이전 글 읽기 : 바이브 코딩 도전기 (Ep.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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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이야기한대로 문제는 명확했습니다. 청년들은 신앙을 키워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혼자서는 지속하기 어려워합니다. 공동체와 함께 신앙의 기초를 쌓을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있다면,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더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를 더욱 자세하게 분석하고 고민해야 했습니다.


제가 현재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목사님이 신앙을 운동에 비유하신 적이 있습니다. 신앙과 운동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야 그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런닝을 처음 하는 사람이 10KM를 1시간에 뛰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매일 런닝을 한 사람에게 10KM를 1시간에 뛰는 것은 도전할 만한 과제가 됩니다.

신앙을 키워가려면 기초 체력이 필요합니다. 기초 체력을 키우는 일은 모두가 알다시피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를 매일 반복한다면 신앙의 기초를 단단히 세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성숙한 크리스천의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매우 어렵습니다. 처음 교회를 다니거나, 교회를 나간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신앙생활 습관을 기르지 못한 사람들에게 매일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입니다.


제가 속한 공동체에서는 '제자 훈련'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를 지원합니다. 3-4개월의 시간 동안 함께 수업을 들으며, 매일의 과제를 함께 수행합니다. 매일의 과제는 단계별로 상이하지만, 대부분 성경을 읽고 이를 묵상하는 데 있습니다. 공동체의 청년들은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주변 사람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성경 읽기를 통한 신앙생활에 가까워집니다. 이는 마치 커뮤니티형 챌린지와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성경 읽기라는 미션이 있으며, 사용자는 공동체라는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신앙의 기초를 단단히 쌓아갑니다. 결국 사용자는 혼자서는 어려운 미션을 나와 함께 가는 다른 사용자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AI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용한 AI는 ChatGPT와 Gemini입니다. 두 개의 AI에게 동일한 질문을 물었습니다:

"A는 20-30대 직장인이야. A는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며 신앙적 성장을 원하지만, 직장 업무 등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매일 말씀 읽기와 기도를 실천하기 어려워하고 있어. 설령 시작하더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A에게 나는 2가지 가치를 주고 싶어. 1) 신앙 생활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쉽게 시작할 수 있다. 2) 신앙 생활을 지속하면서 성취감을 얻음과 지속할 동기를 유지하게 한다. 이를 통해 A는 매일 신앙적 기초를 형성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도록 할 수 있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유저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런데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AI는 제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품에 대한 구조로 하지 않고, 먼저 문제를 재구조화했습니다.


ChatGPT의 첫 답변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A가 직면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는 시작의 어려움(진입 장벽), 둘째는 지속의 어려움(습관 형성 실패)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솔루션도 각각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AI는 문제를 발견한 후 정리되지 않고 생각으로 머물고 있는 저의 문장을 구조화하였습니다. AI는 저의 문제의식을 "시작을 못하는 문제"와 "지속을 못하는 문제"로 명확히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에 필요한 해법이 다르다는 점을 짚어줬습니다.


Gemini는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했습니다:

"A의 문제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부재'입니다. A는 신앙적 성장을 원하지만, 개인의 삶으로 인해 그 안에 말씀읽기와 기도가 들어가기 어려운 환경에 있어요 그래서 A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동기부여'가 아니라, 지속할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AI가 단순히 답을 준 게 아니라, 제 사고를 구조화하고 확장했다는 것입니다. ChatGPT와 Gemini는 각각 다른 답변을 제시했지만, 공통적으로 이런 흐름을 만들어줬습니다. 1) 제 막연한 생각을 구조화했고 2) 제가 놓친 다른 관점을 제시했으며, 3) 추상적인 문제를 실행 가능한 방향성으로 전환해줬습니다


돌이켜보면, AI와 대화하지 않았다면 저는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막연한 고민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보통 PM으로 일할 때는 동료들과 화이트보드 앞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AI가 그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이 과정이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는 점입니다. ChatGPT와 Gemini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두 답변을 비교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정도였습니다. 평소였다면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구조화 작업에 AI는 즉각적인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AI가 단순한 답변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PM으로서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은 여전히 제 몫이지만, AI는 그 과정을 훨씬 빠르고 다각도로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AI와의 대화는 제 생각의 사각지대를 비춰주고,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저를 이끌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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