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이유 그리고 원인, 두번째
Ⅰ. 나는 왜 실패를 말하는가?
Ⅱ. 실패란 무엇인가?
Ⅲ. 실패의 이유 그리고 원인
Ⅳ. 실패했다고 포기하지는 마라
흥분은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나를 파멸로 이끈다!
사업이 시작된 초기, 나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업계에서 유명한 동업자를 만나 함께 사업을 시작했고, 뜻밖의 기회들이 찾아왔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개발 시작 후 6개월 만에 첫 매출이 찍혔다. 예상보다 빠른 성장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곧 업계에서 꽤 주목받는 서비스가 되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동업자와 함께 일을 진행하면서도, 그의 스타일이 내 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걸 직감했다. 소통 방식도,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하지만 나는 이 불편한 감정을 무시했다.
‘어쨌든 내가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착각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현실을 외면했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착각과 함께 흥분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 1. 흥분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흥분(興奮)이란 “어떤 자극을 받아 감정이 북받쳐 일어남. 또는 그 감정”을 의미한다. 보통 우리는 흥분을 일시적인 감정 상태로 생각한다. 놀라거나, 기쁘거나, 혹은 불안하거나 분노할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는 실패의 원인으로서의 ‘흥분’은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다.
장기간 지속되는 흥분 상태, 즉 끊임없이 정신이 고양된 상태, 이성이 마비되고 감정이 앞서며, 현실 감각이 사라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오랜 기간 지속되는 흥분”
즉, 제정신 아닌 상태가 장기화 되는 것이 내가 말하는 바로 두 번째 실패의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 순간적으로 당황하거나 흥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곧 감정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 상태가 계속된 것이다. 나는 내가 아닌 사람처럼 살았다. 제정신 아닌 것 같이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살았다. 그것도, 나쁜 의미에서.
# 2. 흥분의 시작 ; 작은 균열이 발생했을 때
내가 처음으로 강한 흥분을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을까? 되돌아 보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너무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 달았을 때인 것 같다.
나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치밀한 자금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이었다. 현실은 계획과 너무나도 달랐다. 우수한 개발자, 기획자, 실무진을 구성했고, 앱을 개발했고, 상품 소싱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하나 하나의 단계에서 예상보다 조금씩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잡아먹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이라 할지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숨기고 싶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했지만 이미 나는 머리로 인지했고, 나는 느꼈고 그리고 점점 불안해졌다. 이 불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작은 현실이 되었고 이 불안은 작은 흥분으로 변했다.
회사를 만들도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는 기간. 짧으면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준비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 또한 준비만 한 서비스가 몇 개 된다. 다 개발해 놓고 앱 등록까지 마친 후 런칭하지 못한 경우에서부터 개발 중에 포기한 서비스도 몇개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시간이고 돈이다. 시간도 결국 돈이다. 돈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에 빠르게. 창업자는 숨 쉬는 것조차 회사의 원가라고 한 친구의 말이 뼈저리다.
사업을 시작하고 서비스를 런칭하기 전 수개월, 그리고 설사 런칭을 한다고 해도 내각 생각한 매출이 바로 바로 통장 잔고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내 경험을 되새겨 보면,
회사를 만들고 서비스를 개발해 상품 소싱 후 마케팅 그리고 공식 런칭을 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준비했다. 빠르기만 했다. 런칭 후 첫 월 매출을 추정했다. 4천만원! 그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가졌다는 동업자의 예측이자 목표였다.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행의 시작이다.
현실은 7백만원. 목표 대비 첫 매출 달성률 18%! 처참했다.
첫 매출이 나왔다고 좋아하는 철없는 동업자와 직원들이 있었지만 나는 속이 타들어가고 점점 흥분은 강해졌다. 런칭 전부터 부족하기 시작했던 자금과 함께 첫 매출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당장 다음달, 이번 분기 들어갈 돈이 얼마인지 계산도 되지 않았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속도를 보면서, 나의 흥분은 점점 커지고 지속되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만약 동업자에게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뻔할 것이었다. “빨리 돈을 구해와야겠네요. 대표님, 대책은 있으신가요? 저는 제가 할 일과 역할은 다 했는데요” 동업자가 자주 하던 말이다. 동업자뿐 아니라 회사 내부 누구에게 말하든, 해결책은 같았다. 내가 리더이니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반응이다. 회사만 그러겠는가? 가족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금을 어떻게 든 조달해야 했다. 나는 점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더 깊은 흥분 속으로 더 빠르게 빠져들었다.
# 3. 흥분의 장기화 그리고 고착화 ; 착각과 현실의 충돌
작은 실패와 만족하지 못할 성과가 계속되면서, 나는 점점 더 흥분했다. 그리고 장기화되었다. 이 흥분 상태는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내 사고방식과 행동 전반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었다. 이것도 내 착각일 수 있다. 하지만 흥분 상태가 지속되자, 나는 점점 더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냉철한 분석보다는 ‘이건 무조건 될 거야’라는 감정적인 확신이 앞섰다. 그러면서도 그때 그때 막아야 할 돈 구하기에 모든 것이 집중되었다. 큰 틀에서 구조적인 측면에서 위기를 벗어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저 매출 늘리고 돈 빌려서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되지 않으면 망한다는 걱정. 이것들 만이 나를 지배했다. 나의 흥분 상태는 강하게 또 지속되었다.
특히, 자금 압박이 심해지면서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흥분의 상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상대방이나 사물이 정확하게 보이겠는가?
직원을 보면, 월급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직원들이과 열심히 소통하고 이 위기를 넘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였다. A 직원은 월급 얼마, B 직원은 얼마…. 점심을 먹으러 가서는 여기 3명 합치면 다음달 월급이 천만원이 넘네. 이런 제 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가족을 보면, 눈물이 났다. 돈을 달라는 와이프는 피하고 싶었다. 와이프 메시지가 오거나 전화가 오면 받고 싶지 않았다. 돈 얘기할까봐. 아이들은 보면 눈물이 났다. 미안했다. 가족에게!
친구 그리고 지인을 보면 돈 빌려줄까? 저 친구한테 얼마 빌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얼굴에 그 친구 예상 통장 잔고가 같이 보였다.
모든 것이 돈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속된 말로, ‘돈을 땡기는’ 단계가 된 것이다.
“이번만 버티면 괜찮아질 거야.” 이 문장을 수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착각이었고, 그 착각이 흥분을 부추겼다.
4. 흥분이 만들어낸 악순환의 고리
착각과 흥분은 서로 시너지를 낸다. 처음에는 작은 불안감에서 시작되지만, 점점 커지면서 파괴적인 악순환을 만든다.
착각 속에서 세운 사업 모델이 현실과 충돌한다.
초기 계획과 다르게 자금이 빠르게 소진된다.
매출은 나오지 않고, 투자 유치는 막힌다.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자금 압박이 극심해지면서 모든 관계가 ‘돈’으로 보인다.
흥분 상태가 지속되면서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
결국, 현실 감각을 잃고 더 깊은 실패의 사이클로 빠져든다.
이런 상태에서 정확한 판단과 빠른 실행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나는 하루하루를 그저 ‘연명’하는 상태가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 끼고 있는 중환자와 다를바 없다. 더 못하다. 실패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점점 약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업을 구상했던 초창기의 패기와 자신감은 사라졌고, 이제는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생존 모드만 남아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하는 CEO가 아니었다. 그저, 불안을 술로 달래고,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며 현실을 외면하는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실패는 시간문제다. 아니, 사실상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흥분은 실패를 가속화한다.
착각 속에서 출발한 사업이 흥분 상태로 이어질 때, 그것은 더 이상 정상적인 경영이 아니다. 나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지 못했다. 계획과 현실의 차이를 인정하는 대신, 흥분 속에서 ‘나는 그래도 성공할꺼라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착각을 붙잡고 있었다. 또는 작은 것에 매몰되는 흥분상태가 지속되었다
만약 그때 이 흥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 나는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나의 실패는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착각이 실패를 불러온다면, 흥분은 그 실패를 가속화한다. 그 흥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
# 착각
# 흥분
# 척
# 그리고 그다음 이유와 원인들
앞서 읽으면 좋은 실패복기(復棋)
Ⅲ. 실패의 이유 그리고 원인 ; 착각
앞으로 이어질 글
# 착각 다음 실패의 이유와 원인들
# 실패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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