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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롬 Dec 08. 2023

귀여운 남편이랑 산다는 건

나의 남편은 무척이나 귀엽다.

세상의 모든 아내들에게 제 남편이 귀엽듯,

우리 집 남자도 나에게 그렇다. 그것도 엄청.

오죽하면 내가 이 남자를 공주님이라 부를까.


절로 웃음이 파-하고 터지는 예쁜 짓을 할 때면

"너는 귀여운 사람이야?" 나는 이렇게 묻는다.

그러면 그는 곧 치명적인 표정으로 답한다.

"흥. 난 섹시한 사람이지"


이 패턴은 매번 똑같다.

너는 예쁜 사람이야?라고 물어도 흥. 섹시한 사람.

너는 예쁜 공주님이야?라고 물어도 흥. 섹시한 남자.

뭐 절대 아니라곤 안 하고 흥흥거리는 새침함도 영락없는 공주님이다.


이제는 중후함도 조금씩 보이는, 몸집이 작지도 않은

병장 만기전역 이제는 민방위 아저씨인 30대 유부남에게

내가 너무 귀엽다, 예쁘다, 공주님 등의 단어를 남발했더니

그는 이제 나에게서 섹시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일까, 모르겠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남편은 귀여운 걸.



노르웨이, 오슬로(2023.11.)


_

아니다.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땐 남자다움이 더 컸다.

그땐 너도 남자로서 잘 보이려고 멋진 척을 했었구나.

그 꾸며진 모습과 사랑 초기의 호르몬에 뒤덮여 매일 두근두근했었지.


언제부터인가 그는 남자다움을 내려놓고 귀여움을 택한 듯 보였다.

복슬복슬 큰 강아지처럼 살랑이는 애교를 부리고, 엉덩이춤을 추고

안아줘, 나를 귀여워해라, 어서 예뻐해 줘 등의 말을 줄곧 하는 그런.


아무래도 본판이 좋은 남편이다 보니 어? 잘생겼다,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때 "어? 너 잘생겼다."라고 하면 왠지 둘 다 어색해진다 흠흠

귀엽다, 예쁘다 할 때 나오는 그 새침한 반응도 차마 못하고 흠흠



_

스물셋부터 지금껏 8년을 거의 매일같이 함께 지냈다.

와앙 깨물어주고 싶은 만인의 귀염상이 아닌 이상

이 정도를 매일같이 붙어있다 보면 마땅히

멋져 보이는 것도, 귀여워 보이는 것도 퇴색될 텐데

아마 전혀 그러지 않은 것은, 이 남자가 유니콘 같은 남편이라서겠지.


난 지난 8년 동안 단 하루도 사랑을 느끼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마음껏 제 사랑을 주는 남편 덕분에 매일이 충만한 사랑이었다.

아무 계산 없이, 그저 나에게 사랑을 달라며 슥슥 얼굴을 부비는 남편이라

나는 오늘도 마치 내가 뭐가 된 것 마냥 어깨를 으쓱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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