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제 갑자기 새벽 두 시에 깼는데, 그 뒤로 다시 못 잤어. 진짜 피곤하다 오늘."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겠다며 온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 마지막 날 새벽. 나는 목감기 기운이 있어 일찍 잠들었었다. 평소 잠에 쉽게 들지도, 깊게 잠들지도 못하는 나는 자다가 새벽에 깨면 최소 몇 시간은 뒤척이다 겨우 다시 잠들곤 한다.
헝가리 여행의 마지막 날, 하필 오전에 중요한 일이 있었던 그날 새벽 두 시에 번뜩 깨버렸다. 엇, 하고 갑자기 눈을 떴는데, 그때 바로 앞에 남편이 나를 보고 있었던 것만 기억한다. 새벽의 일을 남편에게 말했더니 어쩐지 그는 우물쭈물한 표정을 지었다. 이 친구 반응이 왜 이럴까. 평소 같으면 그랬어? 아이구 괜찮아? 어떡해. 카페 가서 엎드려 조금 잘래? 등등의 말이 쏟아져 나오고도 남을 타이밍인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그를 빤히 보고 있으니 남편이 실토하듯 와락 말했다.
"사실 너 새벽에 왜 깼는지 알아. 내가 너 이마에 뽀뽀했거든. 내가 뽀뽀해서 깼어, 미안"
그래. 분명 어떤 물리적인 접촉이 있었을 것이라 예상은 했다. 남편이 옆에서 공부하던 것 보면서 잠들었는데, 그는 자기 전에 별생각 없이 이마에 뽀뽀를 했는데 내가 번쩍 눈을 떴단다. 남편은 유난히 내 이마를 좋아해 자기 전에는 늘 어떤 형태로든 이마를 건들곤 했는데, 이 날은 뽀뽀였나 보다. 제 딴에는 가볍게 슬쩍 했는데 내가 무슨 벼락 맞은 듯이 엇! 하고 깨버리니 당황할 수밖에. 결과적으로 내가 피해(?)를 입은 것은 맞지만, 와이프한테 뽀뽀한 것이 무슨 큰 잘못이라고 그렇게 우물쭈물하며 미안해하다니.
참 귀엽다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