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의 핀란드
Aurora 혹은 Northern lights. 북극광을 볼 수 있는 곳은 꽤 여러 곳이다. 보통 유럽의 북극광 스팟이라고 하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꼽히는데, 우린 그중에서도 핀란드를 택했다. 노르웨이는 얼마 전에 다녀왔고, 아이슬란드 보다는 핀란드에서 더 많은 도시를 갈 수 있기 때문.
난 브런치에 여행기를 쓰지 않는다. 그저 블로그에만 꼼꼼히 기록할 뿐. 브런치에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여행 기록은 어쩐지 자신이 없더라. 그래서 무작정 한국을 뛰쳐나와 2년째 해외살이를 하고 있는데도, 그리고 그동안 수없이 여행을 했는데도, 나는 브런치에서 '가족'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그런데 핀란드는 기록을 해야겠다. 그것도 아주 꼼꼼하게. 10개, 15개의 글을 만들어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엮어야겠다. 그리고 오래오래 펼쳐보고 싶다. 내생에 첫 오로라를 보러 간다는 큰 목표가 있을뿐더러(실제로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뭐든지 처음인 것이 많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7일 동안 우리는 핀란드에서 바쁘게 움직일 테다. 비행기를 타고 야간열차도 타고 렌터카도 타고 사우나도 하며 오로라를 보는 그런. 평소 게으른 여행자인 우리 부부와는 사뭇 결이 다르겠지만, 어쩐지 그래서 더 기대되는지도 모르겠다.
일주일 동안 3개의 지역을 다닌다. 수도인 헬싱키, 산타 마을로 유명한 로바니에미 그리고 북극광 스팟이 많다는 이나리까지. 바르샤바에서 헬싱키까지는 비행기,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까지는 11시간이 넘는 야간열차로. 그리고 로바니에미에서 사리셀카, 이나리까지는 직접 운전해서 갈 예정이다. 해외에서 자동차 렌트 한 번 안 해본, 겁 많은 우리가 별안간 눈이 가득 쌓였을 핀란드 산길에서 차를 몰기로 결심한 것은 다 오로라 때문이다. 그저 오로라를 많이 보기 위해서.
30대 초반인 우리 나이대 어른들은 거진 유럽여행에서 렌터카를 이용하지만, 아무래도 오후 3시부터 컴컴해지는 겨울의 북유럽에서 핸들을 잡으리라는 결정은 소심한 우리치고는 꽤 대담한 선택이었다. 어쨌든 인생은 용기와 도전이 아니던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흥미로운 일들은 언제나 한 발짝 더 용기를 냈을 때 나타났다. 이번에도 분명 그러리라 믿고 있다. 이를테면 일렁이는 오로라 커튼을 보는 행운 같은.
7일의 핀란드에는 설렘 포인트가 넘친다. 북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도시를 넘는 야간열차에서 보드카를 마시는 것이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산골 오두막에서 묵는 일. 넘실넘실 하늘에 흐르는 오로라를 보며 태어나길 잘했다며 감탄하게 되는 날이라던가 핀란드 어느 산길을 직접 운전하며 귤을 까먹는 일. 아,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하지만 오로라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것이 있다. 바로 영화 [카모메 식당]의 실제 촬영지이자 현재도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는 Ravintola Kamome에 가보는 것. 한때 잔잔한 요리 영화에 빠져 보다가 애정하게 된 영화. 거기서 그 청년처럼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구운 연어가 든 오니기리를 먹을 수 있다니. 이미 5번 넘게 봤지만 그날 밤은 무조건 다시 볼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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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출발. 우리의 첫 핀란드, 첫 오로라.
여행 정보와 감성일기가 적절히 섞일 기록
Photo, Unsplash by Jonatan-p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