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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은 결코 만만하지 않구나

생애 첫 출간을 앞둔 마음

by 다롬
집 근처 이디야에서


말레이시아 페낭에 있을 때, 시간이 남아돌아 한글파일 100장에 아일랜드, 호주, 말레이시아 생활을 빼곡히 적었다. 사실 처음엔 나와 남편의 퇴사 후 1년 간의 해외생활기를 잊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것인데, 어쩌다 보니 욕심이 생겨 출판사에 투고까지 해버렸다. 그것도 열심히 PPT 기획서까지 만들어서. 그러다 아주 멋진 출판사에게서 함께 하자는 기획출판 제안을 받았는데, 그것이 올해 2월. 내가 한국에 들어가서 대면으로 출판계약서에 사인을 했던 것이 4월. 그리고 지금 7월, 출간을 약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다. 출간은 언제쯤 하려나, 그저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이제 진짜 코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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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를 할 때는 이 원고가 우리 부부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라 생각해서 사실 책으로 나올 수 있을지 대단히 의심했었다. 그런데 역시 전문 출판사는 다르다. 제목과 표지까지 확정된 지금, 번듯한 책 모양으로 재탄생한 내 원고는 내가 봐도 제법 어엿한 모양새가 되었다. 여전히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보이긴 하지만, 다 버리고 떠난 모험심 강한 90년대생 부부와 해외살이 정보글이 합쳐진 알찬 내용.


그래도 원고를 다 써놔서 나름 수월할 줄 알았던 출간까지의 과정은 역시나 만만하지 않았다. 100장이 넘는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나 봤는지도 모르겠고, 새로 쓴 번외글도 많고, 힘들게 썼지만 분량상 들어가지 못한 글도 많다. 그런 글들을 모아놨다가 다른 곳에 연재할 때 쓸 예정이다. 그렇게 1교, 2교, 3교까지 끝내고, 곧 진짜 최최최최최종교가 온다. 그러면 또 보고 마지막까지 오타 하나 없는지, 정말 이대로 인쇄되어도 되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물론 3교까지 오니 오탈자도 거의 없고, 수정할 부분도 많이 없어서 안심이 되더라. 책 모양으로 보니 한글파일 줄줄이 읽는 것보다는 훨씬 눈이 덜 피로한 느낌이기도 하고.



나의 출판사는 출간 과정을 진행하는 내내 세심하고 배려심이 넘쳤다. 내가 교정본에 대한 피드백을 낼 때마다 최소 20개가 넘는 수정요청을 했는데, 그걸 다 반영해 주셨다. 그리고 늘 말씀하셨다. 작가님이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나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 꼭 알려달라고. 다 그대로 반영하겠다고. 출간이 처음인 나는 늘 '이걸 고집부려도 될까? 내 의견을 강하게 말해도 될까?' 생각하고 고민했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출판사 덕분에 첫 책에 나의 고집을 듬뿍 담을 수 있었다. 비록 그 때문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수정을 엄청 하고, 편집자님은 고생을 하셨을 것이다. 왠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렇게 좋은 출판사를 첫 책부터 만나다니,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 출간계약을 했을 때 막연히 그려왔던 이 원고의 느낌이 있었다. 출간 막바지에 이르니 그 느낌대로 모든 것이 맞춰졌다. 우리 부부를 닮은 일러스트 표지는 너무 귀엽고, 흥미로운 소설 같은 톡톡 튀는 제목도 마음에 든다. 특히 애정이 가는 파트 5 글은 소제목 하나도 빠짐없이 읽는 내내 웃음이 나고, 마음이 가득 담긴 에필로그는 우리 부부와 비슷한 꿈을 꾸시는 분들이 읽으시면서 내 진심이 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을 쓰면서는 내 인생을 짧게 정리해 보라면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 웃기기도 했다. 출간의 과정은 꽤나 길고 복잡하고 힘들지만, 그만큼 의미 있고 행복하고 설레었다.


으아 진짜 곧 나온다. 이 세상에 내 이름 석자가 단단히 박힌 책이 나온다! 요즘 같이 종이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 특히 나 같은 무명인의 책이 잘 팔릴 것이라고 기대하기란 어렵지만, 나를 믿어준 출판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나라도 열심히 발로 뛰어야겠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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