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난 브랜드] 대체불가능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브랜드
내 블로그에 2021년 3월쯤 기록했던 내용이다.
3월이니 학기가 막 시작했던 때였고,
수업이 없었던 수요일에 여유를 즐기러 큰 맘을 먹고, 동네를 벗어나 망원동으로 달려갔었나 보다.
그 당시에도 수업준비와 함께 나의 소확행이자
취미였던 카페탐방을 하고자 하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604서울을 달려갔지만
CLOSE..
참 바뀌지 않는 넘흐 옛날사람, 옛날사람이라,
인스타 피드를 확인하지 않고,
그저 일반적인 영업일만을 확인하고 달려간 결과.
굳게 닫혀있는 문에 붙어있는 메모 속 이슈가 조금
무거워서 뭐라 할 말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저 내 탓입니다...
("다음을 기약할게요.. 3,4시간을 달려와서 먹고 가신다는 그릴드치즈토스트 & 쉬림프 번..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라고 블로그에 적혀있네..
3년이 지난 지금은 토요 새벽기도를 마치고 찌인한 라떼와 리코타 앤 잼 토스트를 맛보러 종종 방문하며 캐나다 밴쿠버 감성을 잘 즐기고 있다.)
오래전 누가 뭐래도 찐 라떼러버인 나는 라떼로
유명하다는 호랑이커피의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달려갔지만 '오픈준비 중. 죄송합니다.'라는 카페문에 붙어있는 메시지를 보며
오랫동안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커피머신의 문제였고,
결국 마시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아직도 호랑이커피 라떼는 못 마셔봤습니다만..)
언제부터였을까.
예전에는 정해진 영업요일이 있었고,
장사가 되든 되지 않든 손님과 약속한 영업일과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것이 영업의 기본이자
성공법칙으로 알려졌던 때가 있었다.
(대부분이 월요일 휴무이고, 1주일에 하루 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라떼는 말이다..)
요즘 카페들은 정해진 휴무일도, 오픈시간도 각자 다르고, 일주일 중 3,4일만 영업하는 곳도 많다.
(지금은 아쉽게 문을 닫았지만 내 사랑,
루아르커피바 정릉점은 주말만 문을 열었었다.)
매달 영업일이 바뀌어 달마다 영업일을 인스타에
공지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요즘이다.
심지어 카페들의 이러저러한 이슈들로 인해
인스타를 확인하지 않고 찾아가면
3년 전 나처럼 헛걸음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3년 전이라 쓰니까 요즘은 아닌 것 같지만
지난주도 맛있는 라떼가 먹고 싶어
아침부터 비전스트롤 연희점으로 열심히 달려갔는데 카페쇼 참석으로 close.. 사람은 참 안 변한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손님들은 항의하지 않는다.
아쉬워할 뿐이지..
그저 그런가 부다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었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 힘과 가치가 이러한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두 가지의 힘이 만나서인지 모르겠다.
하나는, 나만의 색깔을 가진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겠다는 브랜드의 굳은 의지와 자신감,
또 하나는, 불편함을 감내해서라도 찾게되고,
경험하고 싶은 브랜드의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지.
디자인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매 학기마다 과목과 상관없이 빠지지 않고
디자인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때마다 늘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다시 내리자.'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자신이 마주한 핵심단어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일반적인 정의나, 누구나 알고 있는 의미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일반적이거나 누구나 예상가능한 답이 나올 뿐이다.
지극히 예상가능하고,
일반적인 브랜드는 반드시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의 정의는 무엇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엄마'란 / '아내'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관점이 필요하다.
내가 수업을 통해 가르치는 일은 결국, 자신만의 논리,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관점을 찾아가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고, 정말 너무 당연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 말하고싶다.
지금까지 나와 똑같은 경험을 쌓아온,
나와 똑같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어느 한 사람도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듯이,
같은 주제를 마주하더라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은 모두가 다르다.
내 생각에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력을
더해가는 일이 결국 나와 학생들이 해야 할 공부.
어떤 주제를 마주했을 때,
자신만의 정의를 갖기위해서는 관련 지식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꼭필요한 것이 바로 리서치(Research)다.
리서치를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내용을 가지고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근간은 리서처의 경험이다.
받아온 교육이 다르고,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이 다르고,
자라온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그 배경들이 얽히고설켜 독특한 자신만의 프레임을 가지게 되고 그 프레임을 가지고 접근하고 판단하게 된다.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수업을 들어도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프레임을 통해 그것들을
소화시키고, 소화시킨 결과는 모두가 다르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프레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 틀 안에 갇혀있다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는 꿈꿀 수 없겠지만,
어떤 주제나 어떤 문제를 만나더라도
자신만의 프레임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끌어내는
훈련은 필요하다.
그것만이 '제2의 XXX'가 아니라,
그저 'AAA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길이다.
요새 카페들을 보면,
각자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듯하다.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손님은 왕'이라 얘기했던
예전의 여러 '가게'들 중 하나가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신 있게 대체불가능한 '진짜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요즘 매일매일 이제 곧 지나가버릴 가을하늘과
은행나무를 눈에 담으려 한다.
너무나 아쉽고 또다시 기다려질 지금의 가을처럼,
나 또한 누군가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다시 찾게 되는 브랜드가 되길 기대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의 브랜드 생각
다른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대체불가능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