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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on Nov 12. 2024

'사용 전'과 '사용 후'의 멋스러움

[일상에서 만난 브랜드] 만들어진 목적대로 사용될 때의 아름다움

일을 하며, 엄마라는 정체성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아들 병원으로 미팅에 늦는다,

학원상담이 있어서 미팅이 어렵다는 등등등)


그러려면,

하는 일이 다양한 N잡러 워킹맘으로서,

결국 근무모드로 살아야 할 요일과 육아모드로

집중해야 할 날을 나름 정해놓게 된다.


그중 학기스케줄과 상관없이 꼭 신경 써서

육아데이로 빼놓는 요일이  금요일이다.

아이들을 봐주시는 엄마에 대한 배려이며,

아이들의 엄마로서 발란스를 잡기 위한

나만의 몸부림이자 노력이다.


어떤 워킹맘이든 모두 비슷하겠지만,

늘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학교수업을 맡고 있는 선생이자,

(이번학기 담당한 수업은 6개..)

나라에서 지원받은 연구비에 부흥하는 논문도

제출해야 하고, (11월 말까지..)

매주 브런치에 글도 쓰고

(매주 글을 꾸준히 쓴다는 것이

마치, 직원들 월급날이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온다는 대표님들의 마음과 같다. 흑)

지난주부터 브랜딩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고로, 정감 가는 무드의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라떼를 마실 수 있는

10분, 20분, 1시간의 잠깐의 여유가 참 귀하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찰나'가 귀한 워킹맘들을 위한

찰나를 즐길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면

좋겠다는 순간의 생각 ㅎ)


찌인하고 정교하게 그려진 라떼아트사진

찍기를 참 즐겨한다.

커피(특히 라떼)사진을 찍는 타이밍은

늘 마시기 직전의 찰나이다.

라떼아트가 망가지기 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자 이리저리 애쓰는 타입.

(주변사람들이 그때 내 모습을 보면

무슨 작품사진 찍는 작가처럼 보일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 것은 중요해지지 않은 아줌마)


늘 라떼가 나오자마자 라떼아트의 세밀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사진을 찍고자 노력하지만

가끔은 라떼를 다 마시고 난 후

빈 잔을 찍고 싶을 때가 있다.

멋들어지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모습은 없지만,

그저 마시고 난 그 상태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더 멋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의 애씀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텍스쳐의 매력이라

말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마치 대놓고

'나 멋 좀 냈지롱~, 나 좀 봐봐." 하는 브랜드보다,

꾸미지 않은 듯하나 그 자체에서 풍기는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브랜드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호감이 가는 맥락과 유사한 것 같다.


리사르커피(Leesarcoffee Coffee)


마시고 난 후 투명한 물기와 함께 정갈하고 깨끗하게 씻겨진 라떼잔이 주는 매력이 있겠지만,

다 마시고 난 후, 커피잔에 묻어있는

그라인딩 된 커피빈과 커피를 마시며,

커피잔 내부에 한가득 만들어놓은 자연스러운

텍스쳐는 또 하나의 멋스러움으로 다가온다.


합정 포비(FOUR B) / 주께로 에스프레소(Zucchero Expresso)

결국 다 마시고 나서의 커피잔

또 다른 매력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만들어진 그 이유에 따라 온전하게 사용되었음

의미하기 때문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커피가 담겨지는 이유는 누군가를 위해서이다.

남김없이 다 마시고 나서의 커피잔에 남겨진 흔적

그 커피가 누군가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커피로 인해 누군가는 그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보낼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메뉴팩트커피(Manufact Coffee Roasters) / 아리에크레타(Atelierkreta)


브랜드는 누군가에게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며, 확대된다.

그 누군가의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더 의미 있는 질서를 선사하기 위해.

브랜드가 누군가에게 사용되지 않는다면,

브랜드는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

아무리 맛있는 라떼가

멋들어진 커피잔에 담긴다고해도

누군가에 의해 맛 보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듯이.


내게 맡겨진 역할 그대로 쓰임 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엄마가 엄마로서 역할을 해내고,

대표가 대표답게, 아내가 아내답게,

선생이 선생으로서 역할을 감당해 낼 때.

내가 나 자신으로 매력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듯이.


내게 맡겨진 역할들을 감당함으로

남겨진 자연스러운 흔적들이

아름다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 오늘의 브랜드 생각

- 쓰임 받기 전보다 쓰임 받은 후가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는 브랜드가 진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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