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8] 노력 vs 노오력
D-218. Sentence
'노력 vs 노오력'
요즘 20대 대학생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았다.
화면 가득 차오른 키워드들은 낯설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자취, 연애, 그리고… 노력.
그런데 그 단어 사이,
반어적으로 쓰이는 새로운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노오력’.
노력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풍자하는,
씁쓸한 말. 한 대학생은 말했다.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는 말이 지극히 이상적으로만 들린다고. 어떤 여학생은 “어차피 안 될 거니까, 그냥 너는 ‘노오력’이나 해”라는 말을 욕처럼 느꼈다고 했다.
월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연애는사치라 말하며, 아르바이트 때문에 공부가 밀리고, 꿈이 더 멀어져가는 현실에선 노력이라는 말조차 잔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들의 말 속에서, 나 자신을 비춰보았다.
나는 과연 ‘노력’해온 걸까.
혹시 스스로도 가능성을 믿지 못하면서, 겉으로만 애쓰는 척 이미 낙인찍은 채 ‘노오력’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안고, 오랜만에 알고 지내던 선생님을 만났다. 같은 지도교수님 아래서 학위를 받았고, 논문도 쓰고, 프로젝트도 함께했던 분이다. 오랜만의 만남이지만 대화는 오래된 벗처럼 자연스러웠다.
선생님은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며
초등학교 6학년 딸 이야기를 꺼냈다.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뭘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사춘기 시작이라, 말도 점점 안 통하려 하고…
그래도 좋아하는 걸 하나라도 찾아서 붙잡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주고 싶어요.”
그분의 말에는 부모로서의 애정과 치열한 고민이 묻어났다.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려고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하나하나 살피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이어가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스스로를 먼저 바꾸려는 다짐.
아이를 바꾸려 하기보다 스스로가 아이의 속도에 맞추려는 노력. 기다려주고, 믿어주고, 밀어붙이지 않고, 아이와 소통하려는 마음. 그 이야기를 듣는데 왠지 마음이 울컥했다.
아이는 나의 거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매일 웃으며 보내주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하루하루를 ‘해야 할 일’로만 채근하며 위축시키고 있진 않았나.
내가 아이에게 ‘노력’을 강요하면서 정작 나는 ‘노오력’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집에 돌아오니 첫째가 ‘진로 탐색의 날’이라며 4교시만 하고 와 있었다. 방학 계획표를 함께 이야기하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매일 아침, 웃으면서 널 보내고 싶어. 매일 ‘해야 할 일’을 체크하며 너를 위축시키고 싶지 않아. 건조하게 굴기보다, 네가 자존감을 지키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하고 싶어."
나도 다짐했다.
'노오력'하는 엄마가 아니라, 정말 '노력'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주며, 나부터 좋은 표정을 지어야겠다고.
노오력하는 엄마가 아니라, 노력하는 엄마로 기억되길.
그리고 그런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란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