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0] 이미 The 오리지널이에요.
D-240. Sentence
이미 The 오리지널이에요.
느낌의 시작
언젠가부터 ‘The’라는 말이 자꾸만 귀에 들어온다. 명사 앞에 붙는 그 짧은 정관사가 이토록 특별한 의미를 가질 줄은 몰랐다. 내가 ‘A’라고 생각했지 The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A designer, A mom, A friend… 많은 사람 중 한 사람. 흔하디흔한 하나의 존재로. 그런데 ‘The’는 다르다. ‘The Original’이라는 말 속에는 단 하나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선언이 담겨 있다. 나는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늘 나의 부족함에 먼저 눈이 가고,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들에 마음이 쏠려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다. 하지만 부족함과 유일함은 다른 이야기임을 생각하게 된다. 완전함은 유일함의 조건이 아니며,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불완전함이 더 선명하게 나만의 색을 만든다는 것을.
마음의 흐름
오늘 아침은 묘하게 무거웠다. 방학을 맞은 둘째는 하루 종일 친정엄마와 함께 있어야 했고, 나는 일을 나설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이 계속 걸렸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이와 하루를 함께 보내는 일은, 아무래도 엄마에게 녹록치 않다. 하지만 오늘의 변수는 뜻밖에도 첫째였다. 중학생 아들이 또 엄마의 인내심을 시험했고, 결국 엄마는 폭발.
첫째는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집안에 냉기가 한가득. 나는 결국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엄마를 용인으로 보내드리고, 둘째와 남은 하루를 함께해야했다. 괜히 잘못 없는 둘째에게 날카로워질까 봐, 몇 번이나 속으로 심호흡을 했다. 정신없는 하루의 한복판, 오랜 인연의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집 근처 공기관에서 문화 콘텐츠 기획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셨다며, 나에게 꼭 한 번 지원해보라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난 뒤엔 이런 메시지가 도착했다. “학교든, 공기관이든, 책이든, 사업이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음껏 도전!”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그 말이 마치 “지금도 괜찮아. 너 잘 가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나의 결을 믿고,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강한 힘이 된다. 조금 전까지 복잡하던 마음이 잠시 멈췄다. 잠시 후엔, 둘째의 국어를 도와주는 언니에게 책사진 한장과 함께 카톡이 왔다. “은정씨가 읽는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나도 읽고 있어.” 의외였다. 국문학을 전공한 언니와는 전혀 다를 것 같은 책이었으니까. 이유를 물었더니, 한 문장으로 끝났다. “은정씨가 요즘 공부하는 게 궁금해서.” 왜일까. 그 말이 괜히 찡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해해주는 사람. 그 마음 하나로,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 아닌 ‘The’가 될 수 있는 기분이었다.
동기 선생님은 “책 나오면 사인해달라”는 말도 남기셨고, “고양시 도서관에 구입 신청하겠다”며 웃으셨다. 나를 단순한 ‘엄마’나 ‘프리랜서’, ‘연구자’로 보는 게 아니라, ‘The’가 붙을 수 있는 존재로 봐주는 사람들. 오늘은 그런 마음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었다. 잘나가는 누군가의 짝퉁을 흉내 내느라 애썼던 날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안 그러기로 한다. 나는 그 사람이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나는 나고, 그걸로 충분하다. 조금 버벅대고, 종종 길을 잃더라도, 지금 이 시기마저 ‘The Original’로 가는 과정일 테니까. 학원에서 돌아온 첫째에게 조심스레 마음을 전하고, 밥상을 차리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혼란스럽고 피곤한 하루였지만, 결국 또 한 페이지가 지나갔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 하지만 그 속엔 분명한 내가 있었다.
내 안의 한 줄
The는 완벽이 아니라, 진심이다.
**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