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은 유일하다.

[D-251] 전문성(Expertise) 대신 정체성(Identity)

by Mooon

D-251. Sentence

전문성(Expertise) 대신 정체성(Identity)

IMG_0036.jpg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_김키미



느낌의 시작


-전문성 (Expertise): 특정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축적된 깊은 지식·기술

-정체성 (Identity): 한 개인·조직이 자신을 규정하고 타인과 구분 짓는 고유한 특성·자아 인식


수십 년을 일하고도 “전문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주 40시간씩 5년간 집중하면 전문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부른 적이 없다. 늘 더 채워야 할 것 같고, 여전히 부족하다는 기분이 앞섰다. 그런데 요즘, 자꾸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전문성보다 정체성이 먼저입니다.” 예전의 나는 기술과 지식을 먼저 쌓아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정체성이 선명하지 않으면 그 모든 기술과 지식은 쉽게 다른 사람의 그림자 속에 묻혀버린다. 오히려 정체성이 뿌리를 잡을 때, 그 위에 자라나는 것이 진짜 전문성이라는 걸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다.



마음의 흐름


세상에 없는 기술을 발명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지식과 기술은 ‘One of them’이 된다. 하지만 나만의 가치관과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지식과 기술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Only one’이 된다. 그래서 한동안 나만의 특성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고, 작은 실험을 해봤다. 주변 사람 20명 남짓에게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이라고 물었다. 남편과 두 아들, 친정엄마, 대학원 동기와 교수님, 교회 사람들, 오랜 친구들까지—관계의 결이 다른 사람들이 내게 건넨 대답은 비슷하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했다. 교수님은 “잡념이 없는 사람”이라 했고, 목사님은 “마디가 많은 대나무”라고 했다. 대학원 동기 오빠는 “독일 전차”라 했고, 교회 청년은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는 집사님”이라고 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이런 이미지가 떠올랐다. 잡념 없는 독일 전차 대나무, 강철로 만든 플랜테리어. 조금 웃기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이 모든 표현은 내가 걸어온 길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나의 결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모습들이 결코 완성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진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잠깐 비춰진 스냅샷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결국 ‘진짜’다. 진짜 엄마, 진짜 어른, 진짜 스승. 잡념을 덜어내고, 중심을 잃지 않으며,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나. 그런 태도와 가치관으로 어떤 기술이든, 어떤 지식이든 ‘나’라는 필터를 거쳐 세상에 나올 것이다. 그 필터야말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이고, 그 위에 쌓인 기술이 바로 나만의 전문성이 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엇을 잘하는가(Expertise)?”

“왜 그것을 하는가(Identity)?”


이 두 질문이 언젠가 같은 대답을 가질 때, 나의 전문성과 정체성은 같은 얼굴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얼굴은,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나’일 것이다.




내 안의 한 줄

닮을 수는 있어도, 될 수는 없다.

__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이전 11화오직 나만의 방식으로 찾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