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보통날'일 뿐이다.

[D-252] 8월, 보통날들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by Mooon

D-252. Sentence

8월, 보통날들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IMG_9483.jpg @hanpyeong_

느낌의 시작


8월, 보통날들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나는 요즘 ‘보통날’이라는 표현에서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날에도,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확신했던 날에도, 뒤돌아보면 결국 그저 보통날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음의 흐름


다음주면 두 아들의 첫 번째 방학이 끝난다. 중학생으로, 초등학생으로 첫번째 방학을 맞이한 두 아들에게도 쉽지않은 이번 방학이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두 아들을 온전히 잘 케어한 것도 아니였고, 내가 목표한 일들을 뭐 하나 제대로 해낸 것 같지 않은 어설픈 시간이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몸은 정말 분주하게 움직인 듯한데, 마음은 분주했고, 행동은 부족했고, 결과는 미비했다는 자책 아닌 자책에 휩싸인 듯하다.


오늘 아침 둘째를 늘봄에 보내고, 첫째를 학원에 내려주고, 불광천을 뛰면서 최성운님의 ‘사고실험’을 들었다. 물리학자인 김상욱 교수님의 인터뷰를 들으며, 어떤 분야든 모든 세상의 이치는 다 동일하다는 생각을 했다. 좌충우돌하며 무의미한 삽질만 한 것 같은 시간들도 결국 뒤돌아보면, 반드시 내가 온전해지기 위해 필요한 시기였음을 알게 된다는 교수님의 말에 나 자신을 토닥였다.


자신이 있는 영역 밖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내가 서있는 곳에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확신할 만큼의 무지막지한 삽질과 시간들을 들여 파고 또 파헤쳐야 한다. 이 곳에는 더이상 새로운 것이 없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내 목소리를 미친소리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외치려면, 내가 있는 영역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봐야 하는데 상상이상의 에너지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즐겁게, 기쁘게, 그리고 얼마나 오래 그 행위를 지속할 수 있는지이다. 즐겁지 않으면, 궁금하지 않으면 연구가 되지 않는다는 김상욱 교수님은 자신을 아웃사이더 물리학자라 표현했다. 어느 물리적 대상 하나를 깊게 파는 연구자들과는 달리, 영역과 영역 사이의 ‘경계’에 대해 연구하는 자신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말과 함께.


마음이 조급하니 둘째와 함께 있으면서도 자꾸 예민해진다. 학원을 마치고 엄마가 어디 있는지 물으며 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싶어하는 첫째에게 “엄마도 제발 일 좀 하자”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파헤쳐보고 싶은 분야를 찾은 것 같은데, 이와는 별개로 지켜나가야 할 자리가 있다.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 선생의 자리, 연구자의 자리 등.


요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공부하는 중인데, 엄마만큼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없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된 이후로,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으로 괴로워하지만 그 어떤 정체성도 버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가진 정체성의 균형을 바라는 엄마들이다. 나 또한 공감한다.


두 아들 아침을 차려주고 학교와 학원 라이딩을 마치고, 불광천을 뛰고,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와 빨래를 정리하고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학원 자습시간에 핸드폰을 보다가 원장님께 걸려 핸드폰을 뺏겼다는 원장님의 카톡으로 한 번 훅. 엄마가 나가면 자신은 할 일이 없다며 계속 전화가 오는 둘째아들의 전화에 훅. 남편 회사 건설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해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들이 사임하고, 모든 현장이 올스탑됐다는 소식에 또 한 번 훅.


뭐 별다를 건 없다. 어떻게 하면 지금을 담담하게, ‘보통날’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일 뿐. 그저 말 그대로 보통날들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중심을 꼭 붙잡고 말이다.



내 안의 한 줄

보통날이 오래 이어지도록, 중심을 붙든다.


_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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