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그 #11] 홍천 석화초등학교 학부모연수 (1st 워크샵 후기
1. 오늘의 여정
새벽 공기를 뚫고 홍천으로 향했다. 리미의 첫 워크샵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지만, 동시에 손끝이 차갑게 떨릴 만큼 긴장이 몰려왔다. 전날 새벽까지 발표자료를 고치고 또 고쳤고, 책갈피를 만들며 손끝이 닳도록 준비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듯한 마음. 하지만 차에 함께 실린 김밥, 에너지드링크, “호두과자 사먹으라”는 용돈은 그 불안을 덮어주는 따뜻한 응원이 되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석화초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작은 운동장, 햇살이 부서지는 교정, 아직 남아있는 이슬—모든 장면이 나를 맞아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보건교육실에 들어서자 다시 현실. 책상 배열, 자료 확인, 책갈피 정리. 그 사이에도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덴마크 아네뜨 이야기)를 슬라이드에 추가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만큼은 서툴더라도 진심을 보여주자, 그렇게 다짐했다.
2. 워크샵 현장
| 준비
보건교육실 문을 열자, 낯선 공간 특유의 차분한 공기가 먼저 맞아주었다. 교실 안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지만, 곧 엄마들이 들어와 앉을 자리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책상을 정리했다. 책상 위에는 우리가 손수 만든 책갈피와 펜, 그리고 워크북을 가지런히 놓았다. 단순한 준비물이 아니라, 오늘 엄마들이 자기 마음을 적어 내려갈 ‘작은 도구’들이었다. 프로젝터를 켜고 발표 자료를 띄워 보니, 전날 새벽까지 고치고 또 고친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검토를 하며 마지막으로 덧붙인 문장이 있었다. 덴마크의 아네뜨 이야기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급히 추가한 것이다. 이 작은 수정이 오늘의 이야기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그때 교장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건네주며,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짧은 한마디가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었다. 짧지만 묵직한 응원의 순간이었다. 빈 교실에 준비물이 하나씩 놓이고, 책상 위에 색색의 책갈피가 채워져 가자, 마치 무대가 완성되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곧 이 자리에 앉을 엄마들이 어떤 표정으로 이 도구들을 집어 들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차올랐다.
| 진행 흐름
1)오프닝 (문화예술사 대표의 이야기)
・ 20년 학원 운영, 재개발, 아이들과의 마지막 그림, 직접 인테리어 등 삶 자체가 ‘브랜딩의 과정’이 된 스토리.
・ 메시지: “여러분의 일상 속에도 이미 가치가 숨어 있다.”
2) 워크샵 활동: 책갈피 만들기
|워크샵 질문
세 가지 질문이 엄마들의 마음을 열어주었다. 평소라면 그냥 흘려보냈을 대답들이지만, 오늘은 종이에 직접 적고, 목소리로 나누는 순간, 말과 글이 감정의 문을 열었다.
1) 엄마이지만,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2)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3)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워크샵 개요
・ 주제: “나를 방해하는 요소”, “나를 정의하는 한 문장”
・ 결과물: 각자 적은 책갈피
・ 조별 나눔: 엄마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눈물
3) 퍼스널 브랜딩 메시지
・ 브랜딩은 덧붙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일
・ 비교 불가능한 ‘나만의 색’을 찾고 키워가는 과정임을
강조
4) 전달된 핵심 메시지
이번 워크샵이 전하고자 한 주제는 두 가지였다.
- 발칙한 일상 (Cheeky + Everydayness)
・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미 당신의 매일 속에 가치가
숨어 있다. 엄마이지만, ‘나다워지고 싶은 순간’이
곧 브랜드의 씨앗이다.
- 지속성 (Consistency)
・ 하루 반짝 빛나는 건 이벤트일 뿐. 매일의 작은 반복
이 쌓여 브랜드라는 힘을 만든다.
3. 참가자들의 목소리
|엄마들의 응답과 공감
- ‘나다움’을 돌아볼 기회
・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스스로
에게 질문할 수 있어 좋았다.” → 워크샵이 멈춰 있던
시간을 ‘나에게 묻는 시간’으로 바꿔주었다.
- 존중받고 싶은 마음
・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
가 됐다.” →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살아온 엄마들
이 ‘존중’이라는 단어를 다시 소환한 순간
- 회복의 가능성
・ “무기력한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 작은 대화와 나눔이 마음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는
고백
- 자기 발견
・ “나도 내 안에 이렇게 다양한 가치가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 ‘나는 단순히 엄마가 아니다’라는 자각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하는 시간
|만족도와 참여 의사
설문 응답에서 대부분의 엄마들이 ‘매우 만족’ 혹은 ‘만족’을 표시했다. 단순한 일회성 경험이 아니라, “이후에도 연결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이는 오늘의 워크샵이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엄마들에게 필요한 일상 속 회복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
・ “이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고 싶다.”
・ “짧았지만 오래 기억될 것 같다.”
| 설문후기
4. 워크샵 후 느낀점
오늘의 두 시간은 ‘강의’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비추는 시간’이었다. 눈앞에서 엄마들이 울고, 웃고,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이 워크샵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누군가의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엄마들이 만들며 책갈피 한 장 한 장이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브랜드 선언문’처럼 느껴졌다. 작고 서툴러도, 그것은 모두 각자의 삶에서 건져 올린 진짜 언어였기 때문이다.
오늘의 경험은 시작일 뿐이다. 엄마들의 울음과 웃음을 ‘서비스’로 확장하려면, 더 선명한 메시지,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건,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은 결국 ‘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 그 마음에 닿는 순간, 브랜딩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인사이트
- 스토리의 힘과 한계
・ 긴 이야기는 공감을 주지만 메시지를 흐릴 수 있다. ‘
메시지’의 구체화와 균형을 더 정교하게 잡아야 한다.
- 브랜딩 개념의 선명함
・ 퍼스널 브랜딩의 본질을 초반에 명확히 제시해야
참가자들이 활동을 더 깊이 받아들인다.
- 참여의 에너지
・ 책갈피 만들기와 조별 나눔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감정을 터뜨리는 ‘안전한 무대’였다.
- 진심은 통한다
・ 전문적 완벽함보다 더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참가자
들은 우리의 서툼보다 ‘함께하려는 진심’을 먼저 읽어
주었다.
5. 기타 의견
- 스토리텔링의 길이 & 구조
・ 친구의 개인적 경험이 진솔하고 감동적이었지만,
도입부가 길어지면서 핵심 메시지가 뒤로 밀렸다.
참여자의 몰입도를 유지하려면 스토리와 메시지의
균형이 필요하다.
- 전문성 & 끌림
・ 워크샵이 감성적으로는 충분히 울림을 주었지만,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주제의 전문성이 선명히 드러
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좋은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 이야기가 “브랜딩”과 직접적으로 연결됨을
보여주는 설계가 필요하다.
- 공감을 끌어내는 방식
・ 참가자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한 만큼, 그 에너지를
다음 단계로 이어갈 수 있는 구조(예: 후속 활동, 작은
행동 지침, 나눔의 확장)가 보강되면 좋겠다. 단순히
울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공감 → 자기 성찰 → 변화의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는 설계가 요구된다.
- 메시지의 구체화와 명확화
・ “퍼스널 브랜딩은 이미 가진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라는 문장이 핵심이었다면, 이 메시지를 워크샵의 시
작과 끝에 반복적으로 강조했더라면 더 강하게 각인
될 수 있었다. 메시지가 흐르지 않게 구체적 언어를 중
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