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그 #14] 넥스트로컬지원사업, 중장년 1기에 합격하다.
부제: “5분 타이머와 4분 23초의 기적”
함께 모인 오늘
9월 25일 목요일, 장소는 공덕 서울창업허브. 발표는 2시 40분. 문대표는 오전부터 프릳츠 도화점에 박제돼 있었다. 오늘 발표는 문대표 담당이었고, 학교수업과 학원수업이 있는 김대표와 최대표는 실시간 채팅으로 마음을 함께했다. 라떼는 식어도, 슬라이드는 뜨거워야 했다. 20페이지를 5분으로 줄이는 연습만 쉰 번. (정확히 쉰 번은 아니지만, 기분은 쉰 번 반.) 이건 요약이라기보다 ‘문장 다이어트’였다. 줄이고 줄여도, 꼭 전해야 하는 메시지는 살아남았다. “누구를 위해, 왜 지금, 왜 삼척인가.”
시간이 다되어, 카페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발표장소로 향했다. 긴장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걸어가며 긴장이 스물스물 몰려왔고, 서울창업허브가 눈에 보이니, 나는 어디, 여긴 누구를 외치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또 재촉했다. 건물에 들어서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데스크에 앉아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듯했다. 태어나서 처음와본 서울창업허브인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으로 자신의 길을 향해 달려가고있구나.라는 생각에 발표하는 오늘의 기회가 더 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발표장 9층. 대기실에 대기하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자료를 다시 보고 또 다시 보고있었다. 리미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스탭분이 문대표를 심사장으로 안내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아홉 분의 심사위원과 초대형 타이머. 타이머는 말 없는 카리스마로 우리에게 속삭였다. “5분 넘기기만해.. … 곤란할 거야.” 문대표는 심호흡을 한 번, 눈으로 슬라이드를 넘기며 포인트만 읽었다. 오프닝—문제 정의—해결 구조—왜 삼척—로드맵. 발표를 마치고 타이머를 보니,,,,엥?? 4분 23초. “너무 빨랐나?, 숨은 쉬었나? 이해는 했을까?”라는 걱정이 스친 직후, 걱정도 잠시.. 맨 오른쪽 심사위원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가고 싶네요.”
“왜 하필 삼척인가요?”
“다른 귀촌/로컬 프로그램과 뭐가 다릅니까?"
“실행은 누가, 어떻게?”
연습 때 만들었던 세 문장 대답으로 정리했다.
- 바다·숲·학습 인프라가 ‘체류→정착’으로 이어지기 좋은 도시.
- 정체성 재정의→브랜딩→가치창업까지 한 번에 설계하는 프로그램.
- 지역 파트너와 파일럿–베타–정식 로드맵으로 단계적 확장.
문을 나서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래도 이상하게, 이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최종발표가 있었던 다음 날. 애써 외면하고 일상을 살고 있었는데, 퇴근시간이 될수록 점점 긴장되는 이유는 무언인가. 저녁 6시가 다 되어 날라온 메일 한 통.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말이 된 마음
5분은 잔인할 만큼 짧다. 동시에 고마울 만큼 친절하다. 짧을수록, 핵심만 남기니까. 우리가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건 이 세 가지였다.
- 누구를 위해: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 그리고 그 가족
- 왜 지금: 초고령/지방소멸의 교차점. 늦기 전에, 그러나 지금이면 충분한 타이밍
- 왜 이곳: ‘체험’으로 끝나지 않고 ‘정착’까지 설계할 수 있는 도시—삼척
심사위원분의 “가고 싶다”는 말은, 제안서의 문장보다 더 힘이 있었다. 논리만으로는 나오지 않는 문장. 상상을 건드려야 나오는 대답. 그 순간 알았다. 우리의 제안은 설계도이자, 초대장이었다는 걸.
생각의 중심
정말 되고말았다. 7월 중순에 생각으로 시작했던 Re:me가 여기까지 왔다. 쉼없이 달려오느라, 더 솔직히 극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감당하느라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셋이 여기까지 달려오며, 잃은 것은 없고, 얻은 것은 상상이상이라는 점. 중장년? 우리는 가치창업을 향해 달려간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또 달려가보자. 해? 말어? 일단Go. 그 정신을 기억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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