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그 #15] 넥스트로컬 오리엔테이션 (2025.9.30)
함께 모인 오늘
OT 날짜가 발표되던 날, 우리는 한 가지를 간절히 바랐다. “제발 문대표의 프로젝트 일정과 겹치지 않기를.” 하지만 결국, 겹치고 말았다. OT에는 선발되 20팀의 사업소개 순서가 있었는데 원래 문대표의 몫이었으나 그날 문대표는 전문가 인터뷰를 위해 1층 로비에 있어야 했고, 리미 소개발표는 최대표가 진행하기로 했다. 사업 발표 경험이 전무했던 최대표는 부담을 느꼈지만 “닥친 일이니까, 함께 해보자.”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OT장소 앞 카페에서 리허설을 반복했다. 50플러스 중부캠퍼스로 향하는 길, 서늘한 공기 속에 긴장과 설렘이 섞여 있었다.
참가자 등록 후 각 지역별로 자리가 나뉘었고, 우리는 삼척의 두 팀과 명함을 주고받았다. 운영사와 서울시의 ‘넥스트중장년’ 사업 소개가 이어졌고, 로컬비즈니스의 방법론 강의도 있었다. 아이디어 단계의 팀부터 이미 운영 중인 팀까지 서로 다른 출발점과 결이 모여 하나의 지도를 그려가는 느낌이었다. 점심시간 전까지 문대표와 최대표는 함께 였으나, 점심시간 이후엔 문대표는 일층 로비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했고 최대표는 OT 현장에서, 김대표는 대학강의의 현장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다했다.
서로 다른 공간이었지만, 마음만큼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식사 후 삼척시공동체종합지원센터 팀장님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세 팀이 차례로 사업을 소개했고, 최대표는 “제2의 인생, 삼척에서 찾다”로 소개되었다. 한 팀은 업사이클링을 중심으로, 또 한 팀은 지역 특산물로 막걸리 분말을 만든분과 협업하여 관광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각자의 분야는 달랐지만, 협업의 가능성은 분명했다. 문대표 없이 사업을 소개해야 했던 최대표는 긴장 속에서도 담백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했다. 삼척공동체 팀장님은 리미의 방향을 듣자 “우리 지역에도 꼭 필요한 접근이에요.”라며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지역의 현실과 가능성을 함께 들으며 리미의 구체적인 삼척 계획이 조금씩 윤곽을 잡았다. 하루가 저물 무렵, 모든 팀이 다시 모였다. 지역 소개와 캠프 가이드를 듣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문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합류했다. 서로의 하루를 나누며 안도와 기대의 웃음이 번졌다. 그 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의 리미로 연결되어 있었다.
말이 된 마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얼굴들과 마주하며 우리는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리미가 로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하루 종일 우리를 따라다녔다. 누군가는 지역 특산물로 새로운 산업을 꿈꾸고, 누군가는 버려진 자원을 예술로 다시 숨 쉬게 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리미는 ‘사람’에 주목했다. 우리가 다루는 건 제품이 아니라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출발점은 나다움이었다. 삼척의 바다와 산,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나다움’은 어느새 ‘로컬다움’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그날 나눈 대화의 기록을 남긴다면 이 세 문장으로 정리될 것이다.
누구를 위해?
스스로의 2막을 준비하는 예비 중장년을 위해
왜 지금?
제 2의 인생을 준비해야할 시기가 찾아왔기에
왜 삼척?
풍부한 자원들이 활용되지 않는 청정지역이기에
서로의 이야기는 달랐지만,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려는 의지, 그리고 그 시작점에 ‘사람’이 있다는 믿음. 그날의 리미는, ‘나다움을 디자인하는 일’이 곧 지역을 회복하는 일임을 다시 배웠다.
생각의 중심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긴 하루였지만 이상하게도 피곤하지 않았다. 대신 마음 한쪽이 묵직하게 차올랐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지원서 한 장으로 시작된 여정이 이제 ‘로컬’이라는 실제의 무대 위에 서 있다. 지도 위 점으로만 존재하던 삼척이 이제는 얼굴을 가진 도시, 이야기가 있는 현장이 되었다. 낯선 땅에서 다시 나를 묻는 일, 그것이 리미의 방식이다. 우리는 앞으로 삼척에서, 예술과 인문학과 브랜딩,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엮어갈 것이다. 누군가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리미의 첫 번째 로컬이 피어날 것이다.
작은 시작이지만, 이 여정이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의 ‘나다움’을 비추는 불씨가 되길. Re:me는 다시 묻는다.
“나다움을 찾는 일은 결국, 어디로 향하는가.” 아마도 그 답은, 지금 이 길 위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