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브랜드] 3년 전, '나'라는 브랜드를 만나다.
오늘은 내가 나의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던 첫 글을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왜 글을 쓰기로 했었고, 왜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는지 고민해 보며, 약 3년 전 그 시작을 다시 기념하고자 한다. 전문성에 대한 고민,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었던 열망 등. 오늘은 문득, 그 당시 나와 지금의 나의 생각이 얼마나 변해있는지 알고 싶어 졌다. 오늘 내가 일상 속 만난 3년 전 '나'라는 브랜드를 만나보자.
2021.03.04
오늘부터 매일(되도록) 나의 하루와 디자인에 대한 글을 올리고자 한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인을 공부했다. 공부한 만큼 디자인 관련 일 또한 오랫동안 해왔고, 지금은 1인기업을 운영하며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쯤 되니 나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디자인과 관련된 공부와 일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일을 다양한 분야에서 해왔던 터라, 자신 있게 XXX에 대한 전문가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까지 내가 공부하고 내가 일해왔던 모든 시간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깊이 있는 세계역사나 디자인이론으로 무언가 나의 아이덴티티를 엮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아플 때쯤, 나의 영원한 스승과 주변의 좋은 지인들의 조언으로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가 되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시작하려 한다. 나의 일상 속에서 내가 느끼고 내가 경험하는 것들을 디자인과 연결시켜 얘기하며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과 내가 고민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하루하루 채워나가 보자.
초반에는 너무 어렵고 그저 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 사소한 하루하루가 쌓여서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디자인의 생각과 범위들이 흐름으로 이어져 작든지 크든지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된다.
오늘은 이제는 유명한 패션회사에서 한 가방 브랜드의 수장은 맡고 있는 친구회사에 놀러 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워킹맘으로서의 고충과 40대의 전문가로서의 위치와 방향성 등등.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의 머릿속을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너무 멀어서 인스타로만 경험했던 카페가 마침 친구회사 근처라서 들르게 되었다. 바로 프로퍼커피바(Proper Coffee Bar). 참고로 나는 사무실이 없이 카페를 사무실 삼아 일을 하는 터라 이래저래 다양한 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커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라테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터라 카페에서 들르면 여지없이 따뜻한 라테와 디저트를 시킨다.
초등학교 3학년과 4살 배기 아들 둘 엄마이자,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신없는 하루 속에서 나에게 작은 여유라 한다면,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서 예쁜 라떼아트가 그려진 라떼와 맛있는 디저트를 주문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일상이다.
정해진 사무실이 없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 방문한 프로퍼커피바는 '도쿄샵'의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고 카페 한편에는 내가 좋아하는 무드의 주방용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학부에서 대학교 1학년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시작하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디자인을 그저 스타일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구시대적인 것처럼 들리겠지만 현실은 여전히 디자인은 그저 예쁘게!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심지어 디자인을 전공하겠다고 디자인과를 선택한 학생들마저도. 그 학생들에게 나는 늘 "디자인 = 문제해결'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인간이 지구상에서 없어지기 전까지는 인간은 다양한 문제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심지어 지금 시대에 인간들에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단순한 문제가 없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합하여야지만 풀어갈 수 있는 문제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키를 디자인이 가지고 있다. 창의성과 논리력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문제를 보이는 해결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합하고 연결시킬 수 있는 통합조정자로서의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
지금 세상이 요구하는 디자이너의 모습이며 역할이다. 좁은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이 할 수 있고 공부하는 영역 또한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개념을 넓혀주고, 다양한 것을 공부하게 독려하며 그러한 지식과 경험들이 쌓여서 세상으로 나아가 진짜 디자이너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문제란 코로나나 원자력문제처럼 거대한 문제만을 의미할까? 아니다. 일상 속에서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도 문제를 해결 받고 홀가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늘 인스타로만 봤던 프로퍼커피바에 들어올 때는 예쁨 가득한 주방용품과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애정하는 비주얼 좋은 베이커리들과 예쁜 라떼아트가 그려진 라떼를 예상했을 뿐.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무드의 주방용품들과 그릇들을 마주했다. 보자마자 무언가 기분이 온화해지며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무언가 눈에 보이는 문제는 아니였지만, 아이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매일매일 경험하며, 수업준비를 하며, 집안일을 하며, 여유 없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메말라갔던 감성이었다.
그러한 나의 감성에 짧은 단비와도 같은 감정을 선물해 준 것 자체가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하나의 그릇이나 주방용품도 또 다른 의미에서 디자인에 속하겠지만 그저 한 사람에게 분위기를 경험하는 하는 그 순간의 감성 또한 해결사로서의 디자인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작은 취미생활인 예쁜 라떼아트가 그려진 라떼(오늘은 플랫화이트)와 디저트 (오늘은 잼 앤 버터스콘) 테이블샷 촬영은 빠질 수가 없지. 아직은 형식도 길이도 정하지 않고 그저 글쓰기를 시작한 첫날이니까 쓰고 싶은 대로 써 내려가보려 한다.
* 오늘 일상에 얻은 나의 깨달음 whth Design
디자인 (문제해결) = 일상에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감성선물
많이 달라져있지 않은 듯하지만, 또 많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든 조금 더 수용적이고, 조금 더 넓어진 내가 되어왔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라는 브랜드는 멈추지 않고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머물러있지 않기 위해 오늘도 go for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