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준비해온 남의 행운

[D-385] 사실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필연이다.

by Mooon

D-385. Sentence

사실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필연이다.


@ventalize_jw

사실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필연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결과를 먼저 본다. 그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을 함께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어떤 성취는 늘 ‘갑작스러운 행운’처럼 보인다. 마치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하지만 정말 그럴까. 왕도 없이 만들어진 결과가 과연 있을까.


내가 참여하게 된 서울시 넥스트로컬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가족과 지인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마지막 결과가 나온 뒤, 인스타그램에 조용히 올린 한 장의 사진. ‘1등’이라는 결과만을 본 사람들은 그 앞에 놓여 있던 시간들을 알 길이 없다.


두 달 동안 수업과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삼척에 열한 번 내려가기 위해 필요했던 수많은 선택과 조정들. 지역 업체들을 만나고, 지역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새벽에 차를 몰고 내려가 제안서를 다시 읽고 또 고치던 시간들. 월간 보고, 중간 보고, 최종 보고를 준비하며 밤을 지새웠던 날들. 우리가 뿌린 씨앗이 실제 시범사업 운영 결정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사이에 있었던 마음 졸임과 애씀들.


나는 나에게 원인 없는 결과가 있었는지 돌아본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취를 많이 가진 인생은 아니었을지라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얼마 전, 6년간 강의해오던 학교에서 재임용이 되지 않았다. 만점에 가까운 강의평가도, 학생들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도 그 결정 앞에서는 아무 힘이 없었다. 그럼에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이것 또한 내 인생의 과정 중 한 순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만큼의 결과를 돌려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무엇이 억울하고 무엇이 복잡하겠는가. 50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후회하기 전 최선을 다해 달려보고 싶다. 결과에 상관없이. 결과가 나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제는 아는 나이이기에, 오로지 최선을 다하는 나의 선택에만 집중하고 싶다.


이번 달 말까지 1차 책원고를 넘기기로 했다. 오랫동안 고대해오던 일이기에 벌써부터 설렘과 기대가 함께 올라온다. 글재주도 없고, 여전히 내 글은 딱딱하고 건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어투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써 내려가고 싶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고,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논문 같은 글이 아니라, 어떤 제약도 없이 나답게 쓸 수 있는 글. 그렇게 생각하니 설명하기 어려운 설렘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는다.


왕도는 없다. 그리고 결과를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그것이 현실이고, 지금이며, 사실이다. 오늘부터 무진장 추워졌다. 이 추위도 또 잘 견뎌보자. 나만의 설레는 일들을 하나씩 누려가며.



내 안의 한 줄

왕도는 없지만, 나의 선택은 분명하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이전 25화대중목욕탕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