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이면 충분했다.

[D-384] 오늘은 대중목욕탕

by Mooon

D-384. Sentence

오늘은 대중목욕탕


IMG_3097.jpg @shift_official_kr

이게 얼마만인가. 나만의 힐링 장소, 목욕탕을 다녀왔다. 비록 왼쪽 어깨의 참을 수 없는 통증 때문에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병원에 들러 진통소염제 주사를 맞고, 약까지 챙겨 먹은 후에야 달려간 목욕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고대하고 기대하던 목욕탕이었다.


나는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세련되고 반짝이는 사우나나 찜질방보다, 오래되고 정감 가는 동네 대중목욕탕을 좋아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김없이 느껴지는 그 특유의 습기와 소리, 그리고 따뜻한 온탕에 몸을 담그는 순간 찾아오는 그 즉각적인 안도감. 그 ‘아, 됐다’ 싶은 순간을 사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숨은 고수들만 모여 있는 것 같은 세신 아주머니들의 세계를 애정한다. 세신과 미니 마사지. 어쩜 그렇게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은 딱 그 경계에서만 시원하게 씻어주실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래 이 일을 하셔야 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걸까. 신기한 건, 그 누구도 초보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고수다. 온몸을 마사지해 주실 때 느껴지는 그 쾌감과 홀가분함은, 나의 짧은 단어 실력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너무 오랜만에 간 목욕탕이라, 오늘만큼은 꼭 미니 마사지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고 한 번 놀라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씻고 나와버리는 남편과 둘째 아들과의 약속 시간이 다가오는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미니 마사지 대신 짧은 시간에 가능한 세신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누워보는 세신 침대. 잠시였지만 충분히 따뜻했고, 충분히 편안했다.


찜질방으로 나오니 예상했던 대로 남편과 둘째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한증막 같은 찜질방으로 들어가 땀을 한 번 더 빼고, 아이스방으로 가자는 남편을 따라 나오다 안마의자를 발견했다. 미니 마사지의 아쉬움은 안마의자로 대신하기로 했다. 인생은 대체재의 연속이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방학 때만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와야지 하는,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운 꿈을 꾸며 괜히 행복해졌다. 지금은 집으로 돌아와 노곤한 상태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러고 보니, 목욕하고 나와서 마시는 바나나우유를 놓쳐버렸다. 인생은 늘 한 가지쯤 놓친다.


만원의 행복이 이런 것일까. 비록 어깨 통증으로 찾게 된 목욕탕이었지만, 작년 하반기의 피로를 오늘 한 번에 풀어낸 기분이었다. 돈 만 원에 이런 기분을 선사해 주는, 이 시대의 가성비 갑 아이템. 고대하던 대중목욕탕으로 마무리한 오늘은 good enough였다. 오늘 하지 못한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지만, 오늘은 그냥 패스하기로 한다.

아쉬움마저도 말이다.



내 안의 한 줄

오늘은, 바나나우유 없는 완벽함으로도 충분했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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