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작하는거다.

[D-383] 선함은 항상 이긴단다.

by Mooon

D-383. Sentence

선함은 항상 이긴단다.


IMG_3077.jpg @ 어느 인스타피드.

누군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사람을 향한 세상의 반응을 보면 그가 살아온 인생이 보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배우 안성기에 대해 특별히 깊이 알거나, 열렬한 팬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작품이나 인터뷰 장면을 볼 때마다, 유독 눈빛이 오래 남았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 눈빛에는 꾸밈없는 선함이 있었다. 눈빛만큼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겠지. 그가 생전에 아들에게 썼다는 편지의 한 문장이 인스타그램 피드로 떠올랐다. “선함은 항상 이긴단다.” 짧고 단순한 문장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가운데에 오래 남았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더 빠르게 돌아가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태도가 너무도 당연한 규칙처럼 굳어져 가는 것 같다. 약삭빠름이 능력으로 포장되고, 선함은 손해 보는 선택처럼 취급되는 현실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함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여전히 빛난다. 소란스럽지 않고, 요란하지 않지만, 묵직하게 남는 빛.


나 역시 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을까 생각해본다. 악이 아닌 선함을. 요령보다는 진솔함을. 말 잘하는 기술보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태도를.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기고 싶다. 며칠 전, 지인을 통해 전자책을 발간하는 대표님을 소개받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에 ‘지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두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브런치에 그동안 써왔던 글들이 떠올랐다. 매일의 감정, 흔들림, 고민,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던 기록들. 이 글들을 소스로, 일단 저질러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바로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고, 완고를 언제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1월 말까지 원고를 전달하겠노라 약속해버렸다. 가제는 <삶의 언어로 나를 브랜딩하는 법>. 책을 쓴다면 주제는 단연 퍼스널브랜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의를 나열한 개론서도, 법칙과 공식으로 무장한 자기계발서도 쓰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나처럼, 내가 어떤 색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편지 같은 책을 쓰고 싶었다. 유명한 학자도 아니고, 알려진 퍼스널브랜딩 전문가도 아니며, 글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아닌 내가 왜 책을 쓰고 싶어졌을까. 처음에는 학교에 남기기 위한 수단이었고, 지금은 쉼 없이 달려오며 쌓여온 나의 진솔한 경험들을 기록하고 싶은 소망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잘난 척도, 이 방법이 먹힐 거라는 식의 포장도 하고 싶지 않다. 내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는 첫 책인 만큼, 오히려 힘을 빼고 싶다.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내가 책을 낸다 한들, 나에게는 큰 의미일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스쳐가는 한 권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다면 더더욱, 용기를 내도 되지 않을까.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이미 이번 달까지 원고를 전달하겠다고 저질러놓았으니. 지금껏 써놓았던 글들을 잘 요리해서, 아끼는 누군가에게 살포시 내미는 손편지 같은 책을 써보자. 못 쓰면 어떤가.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



내 안의 한 줄

선함은, 결국 가장 오래 남는 선택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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