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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Oct 04. 2018

두번째 손님 맞이

제주도에서 두번째 맞는 태풍 '콩레이' 대비하기



제주에서 두번째로 맞는 '태풍 콩레이'가 다가온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오후부터 우진제비 오름이 구름에 가려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낮고 까만 먹구름이 우진제비오름을 지나 북동쪽에서 빠르게 밀려온다. 제주도에 온지 이제 겨우 3개월 째인데, 벌써 두번의 태풍을 맞이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늦은 밤부터 바람이 더 거세질 듯 하다.  


 8월말 처음으로 경험했던 태풍 ‘솔릭’이 생각이 난다. 원래 첫 경험은 잘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제주의 바람은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강했다. 창문은 들썩거리고  돌담 옆 삼나무는 밤새도록 부러질 듯 흔들렸다. 바람을 막기 위해 심어둔 큰 삼나무가 넘어져 지붕을 덮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비는 또 얼마나 퍼 붓는지 마치 이틀 동안 주유소에 있는 자동 세차장 안에 들어와 있는 듯 했다. 금속 소재로 마감한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콩 볶는 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뛰어와 옆집에 높이 쌓아 올린 겹담이 무너져서 길을 막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집 뒷마당에 쌓은 홑담도 일부 무너졌다. 무너진 돌담은 한달이 지나 며칠 전에야 겨우 보수 되었는데, 다시 태풍을 맞게 되었다. 태풍 때는  휴대폰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아 육지의 가족들은 전화가 안된다고 성화였다. 그나마 잘 되던 인터넷도 태풍 다음날 끊겨 일주일을 인권없이 살아야만 했었다. 


 두번째 손님을 맞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히 주변을 정리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창문만 잘 잠그면 되었었는데, 주택에 살고 보니 단도리를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안방 발코니에 두었던 야외 의자를 접어 창고 안에 넣고, 바깥에 출입문이 있는 보일러 실과 창고는 바람에 열리는 일이 없도록 열쇠로 단단히 잠궜다. 지난 태풍 때 빗물이 조금 스며들었던 창틀 아랫 틈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건 한 장을 깔고, 강한 바람에 방충망이 찢어지지 않도록 모두 말아 올려 두었다. 레몬 나무기 심겨진 화분은 받침대를 받쳐 실내로 옮겨 두었고, 이웃집 자전거를 포함해 4대의 자전거도 토방에 줄지어 주차시켜 놓았다. 마지막으로 대청 바깥 데크에 둔 분리 수거함도 날아 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제 더 빠진 건 없겠지? 



태풍을 대비해 자전거와 레몬나무 화분을 토방에 들여 놓았다.



창문에 비가 부딪히고 창너머에 먼나무와 하귤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제주도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육지보다 강한 바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예부터 제주 사람들은 전통 가옥의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새끼줄을 이용해 지붕을 바둑판처럼 묶어두곤 했었다. 우리집을 지을 때도 돌풍이 불어와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설계 단계부터 처마를 밖으로 길게 빼지 않았다. 그리고 경사 지붕을 이용해 빗물이 빨리 배수될 수 있도록 했다. 제주 북동쪽 중산간에 위치한 우리마을은 한라산을 타고 바람이 상승하면서 구름이 발달해 해안지역보다 더 비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전통가옥, 강한 바람에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새끼줄로 지붕을 바둑판처럼 묶어 두었고 가옥의 처마도 길지 않다.
우리집도 제주민가처럼 강풍을 대비해 처마를 짧게 하고, 경사지붕으로  빗물이 빨리 흘러가도록 설계했다. (사진:박영채 작가)


 오늘(목)부터 간접적으로 태풍의 영향을 받게 되어 토요일 오후 쯤 물러갈 것으로 예보가 되었다. 이틀은 꼼짝없이 집에 붙어 있어야 한다. 나처럼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겐 힘든 시간이다. 밤 내내 윙윙대는 바람소리와 빗소리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또다시 긴장이 된다. 지난 주 오일장에서 사다 심은 웃자란 먼나무와 어제 심은 하귤 2그루가 잘 견뎌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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