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름 자연주의 육아법
자연도 살리고 뿌듯한 자연주의 육아
뭐가 그리 급했는지 신혼을 즐길 틈도 없이 첫째 아들 산희가 우리에게 왔다. 드라마나 다큐에서 보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눈물나는 환희 같은 게 있다던데 우리에겐 절대 그런 것 없었다. 새벽부터 분만실에서 8시간 이상 비명소리(?)를 듣고 있다 있다보니 너무 지치고 배가 고팠다. 언능 아이가 태어나서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만) 생각했다. 아내는 장모님께서 병원에 오신 것을 보고 '내가 시간을 더 끌면 우리 엄마가 힘들겠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힘을 줘 언능 낳았다고 한다. 아내의 표현으로는 '백만년 묵은 똥'을 싼 시원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첫째 아들 산희는 태어났고, 약속한 대로 이듬해 봄 나는 전격적으로 육아휴직을 단행했다. 주위에서 (특히 아줌마 선생님들이) 자상한 아빠, 멋진 아빠,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칭찬이 쭈욱 따라 붙었으며, 은근히 그걸 즐겼다. 아내는 3월부터 직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1. 생협을 이용한 이유식
내가 육아휴직을 시작한 시기는 산희가 6개월쯤 되던 때였고, 막 이유식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집사람이 출근하고 나면 책과 인터넷을 참고해 나름 자연주의 방식으로 정성들여 이유식을 만들었다. 현미를 믹서기에 곱게 갈아 죽을 끓이고 거기에 브로컬리, 감자 등의 채소를 번갈아 넣어 제조했다. 이유식은 한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 놓으면 맛이 없을 듯 하여 매번 끼니 때마다 만들어 먹였다. 식사 후에는 비타민 보강을 위해 키위, 사과를 즙 내서 조금씩 떠 먹였고, 중간중간에 배고프다 보채면 집사람이 유축기로 뽑아 냉동실에 비축해 놓은 모유를 데워 젖병에 담아 먹였다. 사실 고기를 먹여야 할지, 현미를 통해 단백질을 보충해야 할지는 이유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큰 딜레마 중 하나이다. 당시 채식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현미를 통해 단백질 보충시키려 노력했지만, 고기라고 나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된다면 한살림 같은 생활협동조합에서 공급하는 무항생제 고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천기저귀 사용하기
천 기저귀를 사용한 첫아이 산희
며칠에 한번씩 천기저귀를 들통에 삶아 사용했어요 일회용 기저귀 문제의 심각성을 고민했던 나는 주변의 우려를 뒤로 하고 천 기저귀를 사용했다. 예전에 천기저귀를 사용했던 주변 어른들로부터 노하우를 참고했다. 쉬를 했을 경우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 살균해서 바로 빨아서 널거나 여러장 모아서 세탁기에 돌렸다. 똥 기저귀의 경우는 똥은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기저귀는 따뜻한 물에 애벌빨래를 해 놓고 들통에 모아 두었다. 여러 장이 모이면 세제를 넣고 삶아서 햇빛에 널어 말렸다. 요즘엔 세탁기에 삶는 기능도 있으니 힘들 땐 이를 이용해도 좋을 듯하다. 천 기저귀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빨아 정리해 놓지 않으면 안된다. 밖으로 장시간 나들이 할 때를 대비해서 일회용 기저귀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비싸지만 해외에서 생산된 친환경 기저귀를 썼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채희의 경우 친환경 기저귀를 쓰는 것으로 만족했다. 옛날 부모님 세대들은 이렇게 키우는 게 당연했지만, 편리함을 알게 된 우리에게는 고단한 일상임에 틀림없다.
#3. 물티슈는 이제 그만
가장 많이 쓰게 되는 것이 물티슈인데 아예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물티슈는 정말 기적에 가까운 편리한 만능 물품이다. 특히 똥 뭍은 엉덩이를 닦거나, 지저분한 손을 닦을 때 상쾌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느낌은 느낌일 뿐 실제가 아니다. 새하얗고 촉촉한 물티슈는 우리 생각과는 달리 쉽게 분해될 수 있는 재료가 아니고, 화학성분이 주재료인 것을 알게 된 후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을 주였던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었던 화학 물질이 물티슈에 첨가되었다는 이야기에 떠들썩하기도 했다.) 쉬를 하거나 똥뭍은 엉덩이는 세면대나 샤워기의 따뜻한 물로 씻은 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 후에 바로 기저귀를 채우지 않고 10여분 정도 자연바람에 말렸다. 밖에 나갈 때는 할 수 없이 가끔 물티슈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아이의 손을 닦거나 식탁을 닦을 때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항상 손을 빨기 때문에 그 유해 성분들이 고스란히 전해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편리함이 무조건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힘든 육아를 하다보면 조금의 편리함이 얼마나 큰 쉼과 기쁨을 주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함과 청결에 대한 소비자의 강박과 무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욕심, 그리고 정부의 무능이 만나면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 같은 어이없는 사고가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먼저 우리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편리함을 누리기 전에 조금만 제품의 성분과 원리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우리 아이에게 해가 있을 수 물질이 포함된 것은 아닌지 기본적인 상식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노력이면 족하다. 그것도 아니면 인터넷 검색이나 주위의 조언을 먼저 참고해 보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업체가 말하는 '친환경', '그린', '자연' 이런 말들과 정부의 인증이라는 표현에 쉽게 유혹되지 마시길 바란다. 그리고 더 여력이 된다면 내 아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세대가 살아가야 할 지구에 더 큰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방법에 동참해 보는 것도 좋다. 부족하지만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자부심이 불편함과 힘듦을 상쇄해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