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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03. 2018

곶감 만들기

내 제삿상에 꼭 올라가야 할 것들 중 하나!

 부모님은 김천에서 포도와 자두를 주로 재배하시지만 배, 사과, 감도 한 두 그루씩 키우신다.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들과 손자 손녀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다. 초여름엔 자두로 시작해서 한여름엔 포도, 가을엔 배, 사과와 감을 보내주신다. 겨울에는 말린 과일까지.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식사 후 과일이 너무도 당연하다. 


 올해도 엄마가 대봉감을 한 박스 보내주셨다. 아내랑 아이들은 홍시를 좋아하지 않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오로지 감은 나의 몫이다.(혼자 먹을 수 있어 행복하기도 하지만 외롭기도 하다.) 예전엔 감을 받으면 홍시를 좋아하시는 장모님께 가져다 드렸지만 제주로 이주하고 나니 그럴 수도 없다. 어릴 때 싫어했던 감을 나이가 드니 좋아하게 되었다. 탐스러운 주황색 감을 보니 욕심이 동한다. 너무 많아 혼자 먹기도 힘들지만 이웃집에 나누어 주기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곶감을 말려보자! 생각해 보니 어릴 적 마당에 감이 주렁주렁 달렸지만 이상하게도 엄마는 곶감을 만들어 주신 적이 없다.(나중에 전화로 여쭤보니 엄마는 곶감을 싫어하셔서 만들지 않으셨단다.) 곶감은 외할머니댁에 가야만 먹을 수 있었다. 외할머니가 시렁에 올려놓은 걸 꺼내 주시면, 따뜻한 겨울 햇빛을 맞으며 대청에 앉아 먹었다. 달콤한 느낌이 천천히 입안에서 퍼지면 행복한 느낌이 몰려온다. 설탕이 듬뿍 든 빵을 먹을 때 급하게 확 몰려오는 단맛과는 다른 차원의 맛이다. 만약 내 제삿상에 꼭 올려야 될 음식 3개를  뽑아 본다면, 평양냉면, 식혜와 더불어 당당히 곶감이 TOP 3를 차지할 것이다.


 인터넷에 '곶감 말리는 방법'을 검색해 보았다. 빨리 먹고 싶으면 햇빛에 말리는 게 좋단다. 햇빛 때문에 곰팡이도 생기지 않고 2-3주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다. 단 껍질이 검고 딱딱해져 맛이 좀 떨어진다는 게 단점! 반면에 새색시처럼 뽀얀 분을 바른 찰진 곶감을 먹으려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야 한다. 말리는 시간이 한달에서 45일 정도 걸린다는게 단점. 게다가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자주 뒤집어 주어야 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때깔 좋은 곶감을 먹고 싶다는 욕망에 바람이 잘 부는 뒷마당 그늘에서 말리기로 결정했다. 


대봉감을 깎아 그늘이 진 뒷마당에서 말리고 있다
곶감을 깍고 난 후의 껍질들
남은 감은 홍시로 먹을 예정이다


 감을 매달아 곶감을 만드는 걸이를 인터넷에서 판매하지만, 널어 말릴 시렁이 없어 대바구니를 이용했다. (내년에는 꼭 만들어야 겠다.) 대봉감 중 50개는 껍질을 깎아 곶감으로 말렸고, 나머지 30개 정도는 홍시로 먹을 작정이다. 생각만 해도 부자가 된 듯한 이 기분! 이번 겨울은 무지 행복할 것만 같다. 곶감이 잘 익는다면 ~! 




깍은 날짜 : 2018년 11월 1일  오전

감종류 : 대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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