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억새가 장관인 표선면 가시리의 오름
우리 부모님과 형님네 가족이 다녀갔다. 2박 3일간 식사 준비와 어른들 살피느라 고생한 아내와 함께 바람도 쐴 겸 억새가 아름다운 따라비 오름에 올랐다. 제주 여행은 가을이 최고인 듯 하다. 하늘이 예쁘고 날씨도 좋다.
제주시와 서귀포 표선을 연결하는 번영로를 따라 가다 옆 길로 빠져, 자동차 2대가 가까스로 교행이 가능한 시멘트길을 3~4km 따라 가서야 드디어 따라비 오름 주차장이 보인다. 일찍부터 소문을 듣고 찾아온 가을 여행객들이 벌써 오름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억새는 오름 아래에서부터 볼 수 있지만 더 멋진 모습은 분화구에 가면 볼 수 있다.
오름은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작은 분화구이기 때문에 경사가 급하다. 완만하던 한라산도 분화구 근처에 가면 경사가 급해지는 것처럼.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10분 정도만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하니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쁜 사람들도 무리없이 오를 수 있다. 유치원 아이들이 정상에서 ‘야호~’를 외칠 정도니까.
따라비 오름은 용암이 분출해 흐르다가 분화구를 둘러싼 테두리 일부를 부너뜨리면서 말굽 형태를 띄게 되었다. 꼭대기에는 특이하게도 세 개의 분화구(굼부리)가 있다. 정상에 오르면 분화구를 둘러싼 테두리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굽은 길을 걸으며 억새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세 분화구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억새들 때문에 발걸음을 멈춰 셔터를 누를 수 밖에 없다.
따라비 오름이란 이름의 유래는 오름 동쪽에 모지오름(母子岳)이 이웃해 있어 마치 지아비, 지어미가 서로 따르는 모양이라서 '따라비'라 부른다는 설이 있다. 오름 가까이에 모지오름, 장자오름, 새끼 오름이 모여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아버지) 격이라 하여 '따애비'라 불리던 것이 '따래비'로 와전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단다. 주위의 묘비에는 대개 지조악(地祖岳) 또는 지옹악(地翁岳)으로 표기돼 있으며,『탐라순력도』에 나오는 한라장촉 지도에는 '다라비(多羅非)'라 표기되어 있다. 『탐라순력도』는 이형상이 1702년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해 제주도 내의 각 고을 순시를 비롯하여 한 해 동안 거행했던 여러 행사 장면을 제주목의 화공(畵工) 김남길에게 그리게 하고 오씨 노인에게 간략한 설명을 쓰게 한 후 만든 화첩(그림책)이다.
제주도에 360여개의 오름이 있다고 하니, 하루에 하나씩 방문하면 1년이면 다 볼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지나갔다. 곧바로 '굳이 1년 안에 다 봐야 될 이유가 따로 있나?' 하는 생각이 바로 뒤따라왔다. 천천히 살펴보자. 그러려고 여기에 온 것이니까.
그나저나 제주도에 있는 도로 이름들은 다시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번영로’, ‘516도로’ 이런 말들은 개발독재 시대의 냄새가 너무 나서 도통 적응이 안된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제주도와 너무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 기본정보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63 (주차장 주소)
- 입장료 : 없음
- 주차장 : 있음
- 해발고도 : 342m
- 오름 아래서부터의 높이 : 107m
- 걸어서 둘러보는 시간 : 1시간 정도
* 참고자료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따라비오름
- 제주목관아 탐라순력도 체험관 http://www.jeju.go.kr/mokkwana/tamla/history.htm
- 제주국립박물관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https://artsandculture.google.com/asset/한라장촉/ggETrx1w7-b5Z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