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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Nov 25. 2018

치아바타 만들기

두번째 의미의 자립을 위한 베이킹

 자립이란 말은 참 다양하게 쓰인다. 다 같은 자립이지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자립의 의미는 조금씩 다른 듯 하다. 이리 저리 정리해보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립의 의미는 크게 3가지인 듯 하다.


| 세가지 의미의 자립

 가장 흔히 쓰이는 의미의 자립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 판매되는 물건을 구입해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한다.부모의 품을 떠나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을 때의 그 기쁨이 생각이 난다.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을 내 힘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뿌뜻함이란! 하지만 곧 나보다 더 많이 버는 친구를 만나게 될 것이고, 내가 가진 것이 초라해 보이게 되는 단점이 있다.


 두번째로는 만들어진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나 반제품을 이용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드는 걸 자립으로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들은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듦으로서 얻는 기쁨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목재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밀가루를 이용해 빵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만들어 본 사람들은 곧 알게 된다. 분업화와 대량생산을 통해 만든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노동력이 들어가고, 그에 비해 품질이 꼭 더 나으리라는 법도 없다는 걸.  


 세번째 의미의 자립은 생활에 필요한 원재료까지 스스로 생산해 내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농부와 농업이 있다. 하지만 이걸 통해 우리나라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인구가 끊임없이 감소하며, 그나마도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농촌이 그걸 대변해 주고 있다.


| 두번째 의미의 자립을 위한 발효빵 만들기

 그럼 현재의 나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단 8월 31일부로 직장을 그만 두었으므로 소득이 없는 상태이다. 곧 첫번째 의미의 자립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받은 퇴직금으로 가족들과 1년 동안 특별한 일 없이 제주에서 최소한의 생활비용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번째와 세번째 의미의 자립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세번째 의미의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농토와 제주 기후에 맞는 농경 기술이 필요한데, 제주 땅값은 너무 비싸며 기술도 없다. 현재 할 수 있는 거라곤 두번째 의미의 자립을 통해 적게나마 생활비를 줄이는 수 밖에!


 그래서 요즘에 인터넷을 이용해 배우는 것이 발효빵 만들기다. 그 중에서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아식 발효빵인 치아바타를 맹연습중이다. 사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좋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한살림에서 주문한 우리밀가루를 이용해 소금과 이스트만으로 만들어 먹어보니 괜찮다. 서울에 살 때도 담백한 치아바타를 좋아해서 가끔 사먹었는데 한덩이에 3500원정도로 비쌌다. 아무것도 안 들어 간 녀석이 왜 이렇게 비쌌는지 직접 만들어 보니 조금 이해가 간다. 발효 시간이 하루 꼬박 걸리는데다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


| 슬리퍼처럼 생긴 만능 이탈리아빵

  치아바타(Ciabatta)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리퍼 모양의 빵이다. 프랑스 바게트가 수입되면서 이탈리아의 제빵 산업이 힘들어지자 이에 대항해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에 만들어진 빵이란다. 바게트와 비슷하지만 껍질은 더 얇고 속은 더 쫄깃하다고 해야할까? 이 빵을 이용해 파니니, 브루스케타, 샌드위치 등을 만들기도 하고, 수프나 샐러드와 곁들여 먹어도 좋다. 우리집에서는 치아바타를 잘라 치즈를 얻은 후 전자렌지에 돌려 과일이나 샐러드와 함께 아침으로 주로 먹는다. 가끔 스파게티에 곁들여 먹거나, 발사믹 소스와 올리브 유를 섞어 찍어 먹기도 한다. 치아바타는 비닐 봉지에 넣어 묶은 후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다.


슬리퍼 모양으로 생긴 투박한 이탈리아 발효빵 치아바타
썰어서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를 섞은 소스에 찍어먹기도 한다
파스타와도 잘 어울린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와 동영상을 참고해 구워본 결과를 조합한 치아바타 만드는 방법


 < 1단계  풀리쉬 만들기 >   

 (준비물 : 우리밀가루 170g, 미지근한 물 160g,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1g)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드라이이스트를 녹인다.  

    이스트를 녹인물과 우리밀가루를 섞어 살짝 반죽한다.  

    비닐을 덮어 12시간 정도 실온에서 발효한다.  


 < 2단계  본반죽 만들기>    

(준비물 : 우리밀가루 200g, 미지근한 물 120g,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3g, 소금 4g)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드라이이스트를 녹인다.  

    우리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섞어준다.   

    이스트를 녹인 물과 우리밀가루를 섞어 살짝 반죽한다.  

    12시간 발효시킨 풀리쉬를 본반죽과 섞는다.  

    10분 정도 손으로 치대어 준다.  


 < 3단계  발효, 성형, 굽기>    

    비닐을 덮어 1시간 동안 상온에서 발효한다.  

    손에 물을 살짝 뭍혀 발효로 부푼 반죽 모서리를 잡고 여러 번 접어준다.  

    (올리브 치아바타를 만들 때는 이 때 썬 올리브를 넣어주면 좋다)  

    다시 비닐을 덮어 30분간 상온에 둔다  

    도마나 베이킹매트 위에 밀가루를 흩어 뿌린다.  

    발효된 반죽을 밀가루를 뿌려준 도마나 베이킹매트 위에 붓는다.  

    스크래이퍼를 이용해 반죽을 2개로 나눈다.  

    늘어붙지 않게 밀가루를 반죽 위에 살짝 뿌려가면서 모양을 슬리퍼 모양으로 성형한다.  

    성형한 반죽을 면보를 덮어 1시간 발효한다.  

    발효된 반죽을 오븐에 넣어 200도로 20분 동안 굽는다.  

    오븐에서 꺼내 망에 식힌 후  잘라서 다양하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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