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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다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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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13. 2018

소다 일기를 시작하며

눈 내리는 날 우리집을 방문한 소다가 아이들을 따라 다니며 함께 놀고 있다.




 소다를 처음 본 건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서였습니다. 지난 7월 이곳으로 이사 온 후 마을 산책을 할 때면 길바닥에 태연히 앉아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하얀 고양이 2마리를 만나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앞이라 아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사람들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더군요. 한 녀석은 눈이 파란색과 갈색을 가진 오드아이였고, 소다는 평범한(?) 갈색 눈을 가진 흰색 고양이였습니다. 우린 당연히 학교 앞 돌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마을사람들 이야기로는 길고양이라고 하더군요. 가끔 할아버지께서 먹이를 챙겨 주시는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런 소다가 우리집을 방문하기 시작한 건 방과 후 아이들을 따라오면서부터 인 듯합니다. 어느 토요일, 옆집 가족과 야외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소다가 왔더군요. 이 녀석은 쓰다듬거나 만져도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소다는 가끔 우리 집과 옆집을 다녀갔습니다. 햇볕이 따뜻한 날에는 우리집 자동차 밑에 태평스럽게 앉아 늘어지게 하품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이웃집 창문 앞에서 ‘냐옹~’ 소리를 내며 밤늦게까지 집주인들의 눈치를 살폈답니다. 두 집 부모들은 한 번 먹이를 주게 되면 눌러앉을까 봐 일체 먹이를 주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끔 몰래 빵 조각을 던져 주는 건 모른 척했습니다. 


 소다에 대한 이 같은 봉쇄(?) 정책에 변화가 생긴 건 두 가지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소다에게 가끔 사료를 챙겨 주시던 할아버지께서 최근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길에서 살긴 했지만 할아버지의 사랑 덕분에 그동안 배고픔이 많이 해결되었을 텐데 이젠 그럴 상황이 아니었죠. 두 번째 결정적인 계기는 소다가 임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한파로 첫눈이 내리고 첫얼음이 얼던 날, 소다는 우리집과 이웃집을 방문해 애처로운 소리로 울어 댔습니다. 왠지 배가 많이 부르다 싶었는데 이웃집 할머니께서는 임신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제주 중산간 지역인데 해안 지역보다 겨울이 춥고 눈도 많이 내리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처럼 혹독한 계절에 임신을 한 채 먹이를 구하러 다닌 건 힘들 수밖에 없다는 데 생각이 닿았습니다. 그래서 두 집은 기존의 정책을 일시적으로 바꾸기로 합의했죠.   


 현재는 이웃집과 우리집 외부 공간에 소다가 겨울철에 잠시 임시로 묵을 집을 각각 마련해 두었습니다. 집 안으로 들이지 않지만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 가끔 묵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집 한 채도 힘든데, 이 녀석은 졸지에 두 채의 집을 소유한 '다주택묘'가 되었네요. 그리고 고양이 사료도 한 봉지씩 구입해 비치해 두었습니다.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으면 고양이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각 집을 방문하면 끼니때마다 사료를 조금씩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임신한 고양이는 평소보다 더 많은 먹이와 고른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고 해서 취한 조치입니다.  


 그럼 소다는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구요? 그 이야기를 일기처럼 써 볼 생각입니다. 끝이 어떻게 될지 우리 가족조차도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그저 소다가 혹독한 제주 중산간의 겨울을 잘 이겨내고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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