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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다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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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Dec 13. 2018

[소다일기01] 첫눈, 첫얼음, 첫잠

2018년 12월 8일 (토요일) / 첫 눈 내린 날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진눈깨비가 내렸다. 제주에서 처음 만나는 눈이다. 처음엔 가는 눈발이 날리더니 점점 더 굵어진다. 아이들은 든든하게 챙겨 입고 장갑을 낀 후 밖으로 나갔다. 얼마 내리지 않은 눈이지만 눈덩이를 굴리며 신나게 소리 지르며 뛰어다닌다. 그러다 소다가 머물고 있는 옆집을 방문해 잠자고 있던 소다를 구경하고 밥도 챙겨준다. 


 아침 식사를 마친 소다도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눈밭에서 뛰어논다. 놀다 지친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오자 소다는 우리집 툇마루에 분리수거하려고 둔 박스 안에 들어가 앉아 있다.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본 아내가 평소 화투판으로 사용하던 두꺼운 담요를 깔아주라 한다. 피곤했는지 담요 위에서 금세 잠이 든다. 


 점심과 저녁으로 사료를 조금 챙겨주었더니 소다는 밤인데도 옆집으로 건너가지 않고 우리 집에서 잠을 잔다. 처음 있는 일이다. 늦은 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바람소리가 들려 귀 기울여 보니 소다가 잠을 자면서 내는 숨소리였다. 추웠던지 동그랗게 몸을 말아 그 가운데 얼굴을 파묻고 잠자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안타깝다. 바람이 불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그나저나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져서 걱정이다. 수돗가 세숫대야에 받아 둔 물이 얼어붙은 걸 보니 새벽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나 보다. 지붕도 없는 얇은 종이 상자만으로는 아무래도 추위를 견디기가 힘들 듯하다. 눈이 그치면 마을 분리수거함에 나가 소다가 따뜻하게 머물 수 있는 스티로폼 박스를 구해 봐야겠다. 


눈밭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소다
툇마루에 분리수거를 위해 모아둔 종이 상자에 들어가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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