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을 젖히니 종이 상자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던 소다가 배고프다는 듯 운다. 아침 7시 50분에 사료 한 움큼을 주었다. 날씨가 추워 이틀 째 물이 얼었다. 얼어버린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받아 주었다. 아무래도 종이 상자로는 겨울나기가 힘들듯 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충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 소다 집을 만들었다. 공구함으로 만들어 사용하던 나무 상자를 소다집으로 리모델링 할 작정이다. 안에 들어있던 공구들은 창고에 대충 구겨 넣었다. 먼저 직소를 이용해 소다가 들락날락할 구멍을 동그랗게 뚫었다. 배가 뚱뚱하니 조금 크게 입구를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동그란 출입구를 고양이 귀 모양으로 자르니 그럴듯해 보인다. 지난여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던 은박 보냉팩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담요를 접어 다시 깔았다. 마지막으로 딸 채희가 직접 이름을 새긴 명패를 집 앞에 달았다.
멋진 집을 만들어 주었건만 소다는 집 위에만 올라갈 뿐 집안으로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사료를 집 안에 넣어놔도 먹을 때만 잠깐 머리를 들이밀 뿐 금새 몸을 뺀다. 그러곤 다시 어제 종이 상자를 놓아두었던 차가운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는다. 아내가 어제 종이 상자가 있던 자리로 집을 옮겨 보라고 한다. 과연 위치를 옮겼더니 들어간다. 다행이다.
쉬는 날이라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잘 논다. 점심즈음에는 또 다른 하얀 고양이(오드아이)가 우리집에 나타났다. (우리 가족은 이 녀석을 사이다라고 부른다.) 소다는 그 친구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집이 마음에 드는지 이젠 편안하게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