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다는 밥만 먹고 나면 집안에 들어가 있다. 길냥이로 살던 녀석이 도대체 집을 떠나지 않는다. 가끔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친구들하고 놀고 올 만도 한데 별로 그렇지도 않다. 심심해 보여 내가 한번 만져주기라도 할라치면 미끄러지듯이 빠져나가 집으로 쏙 들어간다.
근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태도가 돌변한다.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닌다. 아이들이 뛰면 따라서 뛰고, 멈추면 주위를 맴돈다. 특히 딸 채희를 만나면 아예 배를 드러내고 발라당 누워버린다. 도대체 이 녀석은 하루 종일 밥을 챙겨주고, 주변 청소도 해주고, 담요까지 털어주는 사람에 대한 도리 따윈 없어 보인다. 역시 고양이는 개와 다른가 보다. 개는 의리가 있다. 밥 주는 사람을 따르고 챙겨주는 사람을 알아본다. 근데 고양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따른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아내는 ‘요물’, ‘요망한 것’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손수 만든 냥이 낚싯대! 준비물은 산책길에 우연히 발견한 새의 깃털과 낚싯줄로 쓸 끈 그리고 나뭇가지만 있으면 된다. 요렇게 만들어진 낚싯대로 깃털을 살살 눈앞에서 흔들었더니 동공이 좌우로 움직인다. 그러더니 집을 박차고 나와 잡으려고 잽싸게 손을 뻗고 입으로 깨문다. 제 아무리 도도한 녀석이라도 해도 사냥 본능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냥이를 낚는 어부가 된 느낌이다.
< 소다 오늘 일정표 >
- 오전 7시에 사료 한 줌 먹음
- 오전 11시쯤 잠시 외출한 후 금방 돌아옴
- 오후 1시에 사료 한 줌 먹음
- 오후 2시 30분에 황태채 불린 것 간식으로 먹음
- 오후 4시 30분에 아이들이 돌아오자 신나게 뛰어 놈
- 오후 7시에 사료 한 줌 먹음
-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잠을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