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일 만에 하늘이 맑다. 제주의 겨울 날씨는 예상과는 달리 흐린날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했었는데 오랜만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니 저절로 힘이 난다. 맑은 하늘이 반가웠던지 소다도 아침부터 일어나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늘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던 최근의 모습과 딴판이다. 휴일이지만 아이들이 모두 1박 2일 캠프를 가는 바람에 소다랑 놀아줄 친구들이 없어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건 사람과 고양이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 소다가 주로 한 일은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집 밖에 나와 일광욕! 우리집과 이웃집을 왔다 갔다 하며 밥을 두배로 얻어 먹은 후 어디서든지 대자로 누워서 잔다. 평소에 쉽게 보여주지 않던 배도 뒤집어 뽀송뽀송하게 말리고 등도 지진다. 누워있던 참에 소다의 배를 자세히 살펴보니 젖꼭지 주변의 털이 동그랗게 빠져있고 핑크빛으로 변해 있다. 아내는 늘 임신이 아니라 그냥 살찐 것 아니냐고 밥을 많이 먹는 소다에게 핀잔을 줬었는데 어느정도 확인이 된 듯 하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비가 온다는데 집안에서 쳐져 있을 소다의 모습이 미리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