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을 중시하는 미국스런 기본빵
제주의 겨울 날씨는 별로 좋지 않다. 특히 중산간은 구름이 많이 끼고 눈도 자주 내린다. 최근 이주일 동안 맑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날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우울해진다. 더 이상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제주로 내려왔으니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번엔 우유 식빵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유일한 기본빵
식빵은 기본 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빵들 대부분이 단 맛을 지닌 것들이라면, 거의 유일하게 달지 않고 용도가 자유로운 빵이 식빵이다. 식빵을 이용해 토스트,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간단히 구워 잼과 버터를 발라 먹기도 한다. 마치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밥과 같은 존재감을 가졌다. 모나지 않고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굳이 이름을 ‘식빵(먹는 빵)’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존재감과 관련 있지 않을까?
| 효율을 중시하는 미국을 닮은 빵
그럼 식빵은 어디서 유래된 녀석일까? 검색해 보니 영어식 표현으로는 loaf bread, white bread loaf 등으로 많이 불린다고 한다. 거기에서 사용되는‘loaf’란 ‘덩어리’라는 의미가 있다. 덩어리로 된 큰 빵을 부르던 이름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덩어리빵이 지금처럼 잘라진 식빵(sliced bread)의 형태로 본격적으로 생산된 건 1920년대 식빵 절단기가 발명되고 난 후 미국의 한 베이커리 회사에서 상용화하면서 부터란다.
기본빵이라고 하지만 대량 생산의 국가 미국 회사에서 시작되어 그런지 프랑스의 바게트, 이탈리아의 치아바타 등과는 다른 면이 있는 듯 하다. 다른 보통의 발효빵들이 밀가루, 효모, 물로만 반죽하고 발효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과는 달리 우리가 흔히 먹는 식빵에는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버터나 우유, 설탕 등이 추가되고 발효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물론 기본 재료로만으로도 식빵을 만들 수도 있다.) 어쨌든 효율성을 중시하는 미국을 닮았다고나 해야 할까?
| 인간 사회에도 기본이 필요하다
뉴스를 보면 오늘날 우리 사는 세상에 최소한의 ‘기본’이라는 게 있나라는 회의가 든다. 효율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충남 태안의 발전소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 소식을 듣고 나니 숨이 막힌 듯 가슴이 먹먹하다. 우리의 삶이 언제까지 이래야만 할까? 돈과 사람의 목숨을 바꾸는 이런 세상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무섭다. 이러지 않기 위해 촛불을 들었는데 여전히 달라진 게 없는 듯해 마음이 답답하다.
<재료>
우리밀가루260g, 이스트1티스푼, 소금1/2티스푼, 설탕2큰술, 우유120g, 달걀1개, 버터20g
< 반죽하기 >
- 체친 밀가루에 홈을 3개 판다
- 이스트, 소금, 설탕을 홈에 묻고 따로따로 밀가루로 섞어준 후 전체를 섞는다.
-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달걀을 넣고 섞는다.
- 우유달걀물을 밀가루에 넣고 10분정도 힘차게 치대며 반죽해 한덩이로 만든다.
- 버터를 넣고 10분 이상 치대며 반죽한다.
<발효 및 성형하기>
- 반죽에 비닐을 덮어 상온에 1시간 1차 발효한다.
(겨울철이라 기온이 낮아 전자렌지에 물그릇을 넣고 3분 30초 가열한 뒤, 반죽 그릇을 전자렌지 속에 재빨리 넣고 1시간 발효했다. )
- 발효된 반죽을 손가락으로 눌러 가스를 뺀다.
- 반죽을 스크래이퍼로 3조각으로 잘라 둥글게 만든다.
- 반죽에 비닐을 덮어 15분간 중간발효를 한다.
- 반죽을 길게 만든 뒤 밀대로 펴서 돌돌말아 식빵틀에 넣어준다.
(밀대로 편 후 초코, 단팥, 시나몬, 고구마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도 된다.)
- 반죽에 비닐을 덮어 상온에서 1시간 2차 발효한다. (1차 발표시 했던 방법을 사용함.)
< 굽기 >
- 표면에 달걀우윳물을 골고루 바른다.
- 180도 오븐에서 25분간 굽는다.
- 다 구워지면 툭툭 두드려서 빼낸 후 식힘망에 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