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앞마당에 5평 정도의 조그만 온실을 짓겠다고 읍사무소에 신고를 했다. 직접 온실을 지을 요량이었다. 가설건축물인데도 직접 신고하려니 복잡했다. 그리고 1년 전 그곳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기초를 만들었다. 이미 건물이 올라갔어야 마땅하지만 3년 차인 올해도 여전히 마당은 덩그러니 비어있고, 기초로 다진 사각형의 공간은 세 고양이 가족들의 일광욕장이 되고 있다.
마음속에선 벌써 수 백개의 온실을 지었다 무너뜨렸으나, 정작 눈앞에는 그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시작도 안 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벌써 3년째 마음에 짐이 되어 있다. 나를 아는 이웃들은 아직도 온실을 짓지 않았냐며 타박 아닌 타박과 조롱 아닌 조롱 비슷한 걸 한다.
온실을 짓겠다고 2년 전부터 사 모았던 테이블쏘, 슬라이딩쏘 등 각종 전동공구들은 아들방에 2년째 쌓여있고, 이번 달에도 벌써 3개의 전동공구가 택배로 도착했다. 꼼짝하지 않는 나를 스스로 압박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된다고!!
사실 온실을 짓는 게 힘든 건 아니다. 힘든 건 전화하는 거다. 전화 그까이게 뭐가 힘드냐고 하겠지만... 사실 난 전화 포비아에 가깝다. 자재를 주문하기 위해 목재상 직원과 통화하고, 구구절절이 우리 집의 좁은 도로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 두렵다. 전화받는 사람이 친절하지 않을까 봐, 내가 요구한 것들을 거부할까 봐 걱정이다. 친절한 것도 걱정인데, 친절을 가장해서 나를 속여 먹을까 봐 걱정이다. 한마디로 사람과 만나는 것이 힘들다. 특히 거친 남자 장사치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엑셀에 필요한 자재들을 정리하고 있다. 어쨌든 4월에는 건물이 올라가야 한다. 안 그러면 나 자신이 답답해 미칠 것 같다. 스스로 나를 쬐는 것도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 기운이 생기는 날씨 따뜻한 날에 뭐라도 해야 한다.
‘투바이 포 100개, 투바이 식스 20’....‘
기온이 올라가고 해가 길어지니 휘파람새, 검은머리직박구리, 방울새 등도 목청 높이 짝을 찾고 있다. 오름 숲에서는 큰오색딱따구리가 머리가 깨져라 ’따르르르르르‘ 나무둥치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짓고 있다. 멋진 집이 있어야 짝을 찾을 수 있는 건 인간 세상과 다름없나 보다.
나에게도 나만의 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짝으로부터 잠시 도망갈 공간이!
제주 곶자왈 나무 둥지에서 발견한 곤줄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