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나는 영화 '소리도 없이'를 왜 재밌게 봤을까

by 김영기

영화 ‘소리도 없이’를 보고 올해의 한국영화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운이 남는, 생각이 많이 드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포스터.jpg 영화 '소리도 없이' 포스터. 네이버 무비

영화 '소리도 없이'는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주연 배우가 말이 없던 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가 떠올랐다.

짧은 시간 내에 감독의 연출을 극대화하는데 대사가 효과적인 요소인데, 그런 걸 포기한 작품이 연출하는 작품은 매우 난해하여 '무슨 영화가 이래'라는 반응이거나

'와 소리도 없이 이렇게 풀어가다니'라는 극찬을 이끌어내거나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도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처럼 대단한 작품이었다.

다만, 유아인 배우만 말을 하지 않지만...

이번 '소리도 없이'는 배우 유아인이 말을 하지 않는 역할로 나온다.(벙어리는 아닐 거 같다. 말은 잘 알아듣는 걸 보면, 어떤 이유로 말을 안 하는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아인이 분한 태인이 말을 안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말을 안 한다'...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한다 라는 느낌이 강했다.

배우 유아인이 분한 태인역은 어리숙하다. 시골, 가난, 부모가 없고, 뚜렷한 직업도 없다.

이런 요소들은 사회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암시해준다.

배우 유재명이 분한 창복은 이런 대사를 한다.

“내가 먹이고 입히고 키웠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까지 줬다”라고.

(적성에 맞는지는 모르지만,) 어찌 됐건 그 덕분에 유아인은 먹고살 수 있고, 동생을 부양할 수 있다.

그가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사회성이 큰 이유라 생각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사회성의 결여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듯했다.

유재명 배우가 없으면 소통이 어려운 유아인의 태인은

말을 하지 않은 채 사회를 살아가고 있었다.

태인과 창복.jpg

문승아 배우가 분한 초희는 영화의 주 갈등 요소다.

사건의 중심인물인데, 유재명, 유아인 배우가 의도치 않게 유괴에 가담하여 데리고 있으면서 여러 에피소드들이 발생한다.

초희는 매우 영리한 캐릭터다.

영화 내용은 스포일러니까 차치하더라도

유괴된 아동이 가질법한 그 심리를 엿볼 수 있었다.

(단순히 울고 불고 하는 것보다, 아니면 얼토당토 안 하게 집안일을 잘한다거나 보다

이 '초희'의 역할이, 캐릭터가 쌓은 설정이 마음에 와 닿았다.)

태인과 초희.jpg

스톡홀름 신드롬이니 뭐니 판단은 각자에 달려있겠지만,

나는 그보다 그저 태인을 필요에 의해 이용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왜냐 그녀는 매우 영리했으니까. 눈치도 빠르고, 어떻게 해야 이쁨을 받는지 알고 있다.

왜 그런 애들 있지 않는가 타고난 센스를 갖고 있는 아이. 영리함과는 또 다른.


첫째임에도,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음에도 집에서 눈칫밥을 먹어서 그럴까

그가 유아인을 눈치를 볼 때마다 난 안쓰러움과 '요것 봐라~' 하는 느낌이 강했다.

아슬아슬한 그 경계가 영화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게 했다.

별다른 사건은 없어도 영화는 늘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데, 그건 유아인의 연기도 있었겠지만, 이 여자아이의 역할이 한몫했다.

그녀와 유아인 사이에 오묘한 케미가

유아인 유재명 사이의 케미보다 '#살아있다'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유괴, 사채, 인신매매를 영리하게 다룬다.

이 것들을 다룬 ‘다만악에서 구하소서’ 라던가 ‘담보’는

영화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적나라하고 단순한 시나리오와 안일한 연출로 극을 망쳤다고 생각했다.

두 작품이 유괴를 했지만 개과천선이니(담보), 태국의 인신매매 현장을 적나라하게 펼쳐놓듯(흡사 빈곤 포르노처럼) 안일한 연출을 했다면


이 영화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런 요소들을 잘 녹여내는 연출을 해서 거북하지 않게,

그러나 생각해볼 만한 이슈들을 심도 있게 다뤘다.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데, 나는 봉준호 감독 같은 느낌이 나서 매우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 긴장감 넘치는 연출, 그에 호응하는 사운드 모든 게 잘 갖춰진 밸런스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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