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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대 Mar 13. 2021

그날 마산은!

1960년 3·15 의거의 기념 풍경

부정선거에 항거한 역사를 기념하는 일은 그 용기에 감사하고 그 희생을 위령하는 것이다. 더하여 스스로 돌아보게끔 하는 것이다. 추념과 교훈이 함께 해야 한다. 물론 허식이나 강요는 곤란하다.      


1960년 부정선거를 규탄한 3·15 의거의 기념 자리는 옛 마산 시가지 곳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남원 땅이다.


3·15 의거 기념탑

어수선한 도로 사이 작은 삼각지에 자리하였다. 오목한 삼각 형태의 평면에서 12m 높이로 화강석재를 견실히 쌓았다. 입면 자체는 단순하게 사각형이지만, 은근히 이루어진 곡면이 의미심장하다. “아니다!”라며 거부하는 손바닥 같기도 하고, 거친 풍파를 거르는 채 같기도 하다. 혹시 맞서는 되울림의 방어벽인가. 지나는 운전자에게는 그저 조금 여유를 주는 랜드마크일지도.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등신대보다 조금 큰 성인 남자와 남녀 학생 동상은 항의하며 나아가는 자세이다. 성인은 좌우 학생보다 뒤에 섰다. 의거의 대표적 군중 상징이다.       

3·15 의거 기념탑과 동상

탑신 아래에 끼워진 청동 부조는 그때 상황을 웅변한다. 절규하고 저항한다. 


비문:

저마다 뜨거운 가슴으로 민주의 깃발을 올리던 그날 1960년 3월 15일!

더러는 독재의 총알에 꽃이슬이 되고 더러는 불구의 몸이 되었으나 우리들은 다하여 싸웠고 또한 싸워서 이겼다.

보라 우리 모두 손잡고 외치던 의거의 거리에 우뚝 솟은 마산의 얼을.

이 고장 3월에 빛발 친 자유와 민권의 존엄이 여기 영글었도다. 

1962년 7월 10일 마산 3‧15 의거 기념사업 촉성회

3·15의거 기념탑과 부조

3·15 의거 기념탑의 형상은 단순하고 겸손하다. 그리고 함축적이다. 얼핏 보이는 탑 끝 곡선이 푸른 하늘빛에 대비하여 드높아지듯 아름답다. 그러기에 문뜩 담담해진다. 


국립 3·15 민주묘지의 민주의 문

드넓고 완만한 비탈면에 조성된 묘지 중앙에 민주의 문이 우뚝 섰다. “열린 두 개의 문은… 그날의 뜨거운 정신인 정의와 민주를 나타내는 조형물”이다. 

높이 17m, 엇각의 큰 문틀이 기하학적 구성을 이루었다. 90°로 열린 두 문이 꺾어져 있으니, 정의와 민주가 별개가 아니고 하나로 통한다. 전후도 아니다. 이 문을 지나야 한다. 거리낌이 없어야 가능하다. 그런 통과의례는 절실한 시대 아닌가. 민주의 문은 당당하다. 당당해야 맞다.

     

이 문의 큰 묘미는 양면성이다. 참배단을 향하는 전면에서 보면 화강석의 문이지만, 통과한 뒤 남측 시가지를 향해서 보면 반사되는 금속판의 문이다. 저세상과 현실 경계이다. 그런데 현실을 쳐다봐도 저세상이 되비친다. 함께 있다는 것인지. 저쪽에서는 문은 장애는커녕 경계도 못 되는 듯하다.     

민주의 문 양면

정의의 상

민주의 문 바로 아래 정의의 상은 어깨동무하고 막 문을 나서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첫 문을 연 기세. 무겁고도 담대하다. 만일 이 시대 우리가 부족하거나 헷갈리는 판국이면, 언제든 문을 열고 다가올 태세 아닌가. 그런 부끄러워질 상황은 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의의 상

3·15 의거 기념 시비

두툼한 책 6권에 10편의 시를 새기어 펼쳤다. 세운 책은 그 형태가 율동감을 갖추었다. 마치 악보 보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 또 하나는 여백이 남아있어 앞으로 더 수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채우기를 바라며 남겨진 여지. 그러나 더 채울 일이 없기를 바라야 하지 않을까. 

바로 앞에 짓밟힌 듯 구두 자국이 처절한 교과서와 학생모가 뒹구는 듯하다.

3·15 의거 기념 시비

시 한 편을 찾아본다.


마산은!

                    김태홍

마산은

고요한 합포만 나의 고향 마산은

썩은 답사리 비치는 달그림자에

서정을 달래는 전설의 호반은 아니다.

     

봄비에 눈물이 말없이 어둠 속에 괴면

눈동에 탄환이 박힌 소년의 시체가

대낮에 표류하는 부두-

학생과 학생과 시민이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민주주의와 애국가와

목이 말라 온통 설레는 부두인 것이다.     


파도는

양심들은 역사에 돌아가 명상하고

붓은 마산을 후세에 고발하라 밤을 새며 외치고     


정치는 응시하라 세계는

이곳 이 소년의 표정을 읽어라

이방인이 아닌 소년의 못 다한 염원들을 생각해 보라고

무수히 부딪쳐 밤을 새는

피 절은 조류(潮流)의 아우성이었다     


마산은

고요한 합포만 너의 고향 마산은 세계로 통하는 부두!    

 

진통이

아우성이 소년의 피가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

또 하나의

오- 움직이는 세계인 것이다

기상도인 것이다

                    부산일보 1960.4.12.     

남원 김주열 열사 묘지 앞 열사 상, 광한루 인근 녹지 내 흉상

김주열 열사 상

열사의 묘지 앞, 텅 빈 광장은 스산하다. 그 가운데 열사 상이 호젓하다. 황동 빛이 어색할 정도이다. 그런데 의외로 표정은 담담하다. 광한루 주차장 입구의 녹지 속 흉상도 마찬가지다. 참혹한 사진에 물든 탓인가. 이렇게 곱고 차분한 모습인데. 바른 눈빛이 더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여기에서 조형성 운운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남원 땅에 잠들었네 

                    작사 차경철, 작곡 한복남

원통하게 죽었고나 억울하게 죽었고나

몸부림친 3.15는 그 누가 만들었나

마산시민 흥분되어 총칼 앞에 싸울 적에

학도 겨레 장하도다 잊지 못할 김주열

무궁화 꽃을 안고 남원 땅에 잠들었네

                    2018. 4. 19. 남원시

3·15 의거 발원지 표지판
마산 3·15 의거 발원지 조형 파사드

3·15 의거 발원지 표지판: 마산 3·15 의거 발원지- 의 의로운 그 날을 기억하라

의거 발원지인 옛 민주당 마산시 당부가 있던 건물 앞 인도 한가운데 바닥에 표지 동판과 안내물이 있다. 부정선거를 소리치는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건물 뒷면에 관련 조형물이 뒤섞여 채우고 있다. 마치 의거의 상황판 같다. 정의의 상 축소판도 있다. 비록 어수선하나 더 공감이 간다. 유흥가 골목길의 이 발원지 조형파사드는 바깥 세상의 형식을 비웃는 듯하다.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조형물과 벽화(벽화는 2021년 초 철거), 동판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조형물

조형물은 안내하듯 친절히 당시 최루탄과 상황을 보여준다. 작은 불꽃 형상 원판에 박힌 폭탄은 너무 다듬어져서 마치 장난감 같고 또 장식품 같다. 

우연이지만, 멀리 입구 쪽 김주열 열사 벽화의 모습과 겹쳐지니. 이럴 수가! 

2021년 3월 초 다시 찾은 인양 지는 기념행사를 대비하는 듯 정비공사 중이다. 새로 노천 무대도 만들고 포장도 바꾸고 있다. 벽은 사라지고 열사의 얼굴 벽 하나만 남았다. 이 또한 곧 사라지는가?

앞바다는 시리도록 퍼렇다.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조형물

관련 기념지(건립 순)

1. 3·15 의거 기념탑: 1962년 7월 10일 건립,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84-325, 설계: 반도건축기술연구소, 조각: 김찬식     

2. 민주의 문, 정의의 상: 2000년 6월 16일 건립,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 성역로 75 국립 3·15 민주묘지, 작가: 김인겸, 이두한, 김동숙, 시공: (주)경한 석재, 동신 미술 주조, 기흥 종합 금속    

3. 3·15 의거 기념 시비: 2001년 11월 조성,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 성역로 75 국립 3·15 민주묘지, 시: 김태홍 외, 작가: 김동숙     

4. 김주열 열사 상: 2001년 4월 19일 조성, 전라북도 남원시 금지면 옹정리 산 6-1 김주열 열사 묘지, 노래 작사 :차경철, 작곡: 한복남, 제작: □□□     

5. 3·15 의거 발원지 표지판: 2005년 3월 15일 설치,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164-1, 제작: □□□     

6. 김주열 열사 상(흉상): 2008년 4월 19일 설치, 전라북도 남원시 천거동 187-1 인근, 조각: □□□     

7.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조형물: 2011년 11월 14일 설치 조성, 2021년 3월 재정비,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1가 47-6 외, 제작: □□□     

8. 마산 3·15 의거 발원지 조형 파사드: □□□□년 설치,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의 길 54 이면도로 오동북 19길, 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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