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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대 Mar 16. 2021

민족 저항의 되울림 62년

1919년 3·1 운동의 기념 풍경 Ⅲ

삼일절을 기리는 기념물은, 1959년 3·1 운동 순국 기념탑이 처음 건립된 이래, 지방마다 만들어왔다. 현재 국가 현충 시설로 등록된 것만 340개소에 달한다. 


분포를 보면, 경남지역이 71개소로 제일 많고 그다음에 경기지역 46개소, 전북지역 40개소 등의 순이다. 그런데 이 모두 그 모양새가 갖가지이다.      

몇 곳을 되돌아보자.

서울 탑골공원의 의암 손병희 선생 상, 3·1독립선언기념탑,  3·1운동 기념 부조, 3·1정신 찬양비

1. 서울 탑골공원

1963년 최초 건립되었던 “3·1 독립선언 기념탑”과는 별도로 3·1 독립선언 기념탑이 1967년에 들어섰다. 이름만 같을 뿐이다. 이 기념탑은 독립선언문 중심의 거대한 아날로그 전시대 같다. 그 외에도 찬양비, 기념 부조, 선사 비 등 여럿이다. 


그중에서 의암 손병희 선생 상만이 현충 시설일 뿐. 물론 공원 자체가 현충 시설이긴 하다. 손병희 선생 상은 기념 동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더하여 좌대에 새긴 헌사, “… 정의의 채찍을 쥐고 가시밭 헤치신 이여…” 동판 덕에 좌우대칭의 딱딱함을 깨트렸다. 


서울 탑골공원은 최초의 공원이자 역사적인 장소로서 또 번잡한 도심 속 녹지로서 그 가치는 소중하다. 특히 3·1 의거를 기념하는 기념공원인 셈이다. 그러나 지쳐 보인다. 구태의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세련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바깥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이곳은 어떻게 장소성을 유지하면서 진화해야 할지.

수원 3·1 독립운동기념탑, 중앙고 3·1 운동 책원비, 군북 3·1 독립운동기념탑

2. 수원 3·1 독립운동기념탑

일찍이 1969년 일제 치하 수원경찰서의 사범계 주임인 노구치의 순국비를 허문 자리에 탑을 건립하여 그 의의를 더하였다. 그러나 후에 팔달산 성벽 길옆 이곳으로 옮겼다. 현장을 비켜간 꼴이 되었다. 


표지석에서 다짐하고 있다, “… 정의의 채찍을 들고 길을 밝힌 그 드높은 3·1의 얼은 자유와 평화, 영광과 번영을 향한 줄기찬 민족의 전진 속에 살아서 움직이며 굳건히 다지어지리라.”


한글을 가로 쓰기로 만든 탑 명판이 두 탑신과 하부 벽체를 엮었다. 둘이다 보니 높이 9m보다 더 높아 보인다. 펼쳐진 좌우 벽체에는 그때 의거 상황과 이후 유토피아의 사실적인 부조가 대비되고 있다.    


3. 3·1 운동 책원비

학교 본관 앞은 정형식 정원 구성으로, 좌우에 기념물을 비치하였다. 좌측 책원비는 푸른빛 조형물과 더불어 작지만 묵직한 형상이다. 형태와 색채와 질감까지 대비되어 그 효과가 크다. 


“… 당시 중앙학교의 교사와 숙직실은 우국 인사들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였다.…” 책원의 긍정적 의미를 새롭게 알려 준다.      


4. 군북 3·1 독립운동기념탑

경남의 작은 면 소재지에 기념탑이 의미와 상징을 갖추어 자리하였다. 드물게 위패실을 갖추었다. 

곁에 작품 설명도 새겼다. “삼태극과 4괘의 우주론적 체계에 근거하여 함안 군북면의 올곧은 선비정신의 자긍심을 천원지방사상에 따라 땅(네모)과 하늘(원) 사이에 사람(삼각형)의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좌우에 수호상을 더하였다.


크기가 19.19 m×17m인 것은 1919년과 군북면 17개 리의 “행복한 나날의 기초였음”을 나타내고, 3개의 주탑은 “삼태극 형태로서 군북의 명산인 백이산, 방어산, 삼봉산을 상징”한다. 또 21세기를 상징하여 탑 높이가 21m로 만들었다. 상륜부는 “아라가야 토기 형상으로 이웃사랑의 테두리를 연결”하고, 특히 “선열들의 혼백이 승천하는 의미로 촛불 형상”을 중앙에 두었다. 


조형 개념을 밝힌 것은 친절하다. 제대로 이해하게 만드는 교육적 효과가 크다.

안성 3·1 운동 기념탑(구), 원곡·양성 3·1 독립항쟁 기념탑(신), 합천 3·1 독립운동기념탑

5. 안성 3·1 운동 기념탑과 원곡·양성 3·1 독립항쟁 기념탑

3·1 운동에 관한 한 "이틀간 해방"의 자존심이 대단하다. 이곳에는 기념탑도 둘이다. 1984년 처음 세운 기념탑은 약 10m 높이의 세 탑신이 곡면을 이루며 모아서 정점에 횃불 조형물을 올렸다. 


그런데 위치를 옮기고, 안성 3·1 운동 기념관 언덕에 15년 만에 독립항쟁 기념탑이 들어섰다. 높이는 15m. 중앙에 태극기 형태의 석조물에 탑명을 새겼다. 과감한 비대칭에 부조를 새긴 탑신을 크게 펼친 모양새이다. 전체 형상이 자유롭다. 


“… 이에 명을 지어 천추만대에 전한다…거룩하다! 삼일운동에 으뜸이 되니/ 정의는 영원히 시들지 않아/ 만세에 빛나리”     


6. 합천 3·1 독립운동기념탑

합천 일해공원 중앙에 곡선을 살린 높이 17m의 탑을 세웠다. 기단부 둘레에 항거하는 장면을 새겼다. 큰 무궁화 부조가 두드러진다. 


정면에 독립 만세를 부르는 남녀노소의 군상인데, 어린이도 항거하는 모습이다. 탑 꼭대기에 3인 남성상이 3·1 운동의 횃불을 함께 떠받치고 있다.      

안동 3·1 운동 기념비,  강화 3.1 독립만세 기념비

7. 안동 3·1 운동 기념비

낙동강을 배경으로 낮은 기단부는 화강석으로 크게 자리를 만들고 네 귀에 용머리를 새겼다. 높이 5m의 비의 정면은 단순하나, 오석의 비신으로 萬歲(만세)를 새기고 화강석 용의 장식으로 둘렀다.


비문에 읊는다, “… 3·1 운동 기념비를 건립하여 거룩한 3.1 정신을 길이 만대에 드높이려 한다./ 거룩한 3.1 정신이여/ 낙동강 물처럼/ 영원히 맑고 푸르고 줄기차리라.” 


8. 강화 3·독립만세 기념비

1994년 견자산에 건립하였다가 두 차례 옮겨서 용흥궁 공원에 자리 잡고 재정비하여, 2018년 지금 모습을 갖추었다. 


“…99주년에 즈음하여 기념(금상) 비를 건립하여 그 정신과 뜻을 잊지 않고 영원히 이어갈 것입니다.” 

전통 형태의 두 화담에는 만세운동의 모습과 건립기 동판을 부착하였다. 


건립기에는 3·1 만세운동 유공자 명단과 독립유공자 명단을 새겼다. 중앙에 석조 명비를 올리고 그 앞에 20인의 강화군 독립유공자의 인물판을 모셨다. 

광주 삼일 독립운동기념탑, 부산 3·1 독립운동기념탑

9. 광주 삼일 독립운동기념탑

중외공원 안쪽에 사각 기단을 큼직하게 만들고, 앞면에 운동 장면을 동판으로 새겼다. 그 위에 8갈래의 삼각형 걸이 형태의 구조물을 사방에 내세우고, 중앙에 비교적 가는 원형 탑신을 세웠다. 위로 갈수록 조금 좁아진다. 매듭을 한번 두르고 꼭대기에는 불꽃의 8갈래 정점을 올렸다. 콘크리트 소재이지만 형상이 다이내믹하다. 성화대 같아 보인다. 섬세하다. 


“… 우리는 그날의 광주 만세를 영원토록 기억해 민족의 얼을 삼고자 그 내력을 새겨 이 탑을 세운다.”  


10. 부산 3·1 독립운동기념탑

멀리 만세거리가 보이는 마안산의 동쪽 봉우리 사적공원 언덕에 자리 잡았다. 탑 높이는 21.6m. 바닥은 오히려 낮추었다. 그 속에 가파른 각도의 사각 피라미드 형태가 강렬하다. 네 옆면이 삼각 형태로 사방으로 열렸다. 그 속에 수많은 군상이 태극기를 중심으로 어우러져 큰 삼각뿔 형상을 이루었다. 


3‧1 독립 만세 운동가는 노래한다, “… 올곧은 그 정신 그 뜻 고이 받들어 여기 새겼사오니…”

건립취지문, “… 우리는 이 탑 앞에서 자주독립과 조국 번영의 각오를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것이다.”     

인천 황어장터 3·1 만세운동 기념탑, 군포 항일독립 만세운동 기념탑, 군산 3·1 운동 100주년 기념 상징조형물 충혼

11. 황어장터 3·1 만세운동 기념탑

제목이 "표상"인 기념탑은 그 자체가 조형물 형상이다. 높이 13.1m. 수직의 긴장감과 웅장함을 의도하고 수평의 평안함으로 조화를 의도하였다. 우측에 황어장터의 역사성을 더하는 부조를 새겼다. 


독립 의지를 표현하려는 청동상은 역동적이다. 여러 상징을 활용하며, 태극기 형상까지 주권 상징으로 내세웠다.

“… 황어장터에서의 만세운동은 계양 주민들의 민족적 자부심과 자긍심을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천지역, 나아가서는 전국의 만세운동에도 견인차 역할을 한…”     


12. 군포 항일 독립 만세운동 기념탑

군포역 앞 교통섬 중심에 건립되었다. 높이 11m. 좌우로 펼친 완곡한 형태의 조형 석벽에는 만세를 부르고 항거하는 군상을 새겼다. 


탑은 3개 기둥으로 세워져서 그 끝을 벌여서 황동색 태극 공과 불꽃 형상을 올렸다. “3 기둥은 3·1 정신을 상징하고, 항일의 혼을 의미하는 불꽃을 두 손으로 감싸는 형상”이다. 크고 작은 곡선과 사선, 각과 원 등이 골고루 구성되었다.


13. 군산 3·1 운동 100주년 상징조형물충혼 

군산 구암 역사공원의 3·1 운동 100주년 기념관은 드물게 독특한 입면을 자랑한다. 근대건축물로서 가치가 높다. 이 언덕에 100주년을 기념하며 세워진 상징조형물, 충혼의 조형 벽 자체가 펄럭이는 태극기 형상이다. 부조된 군상은 좌우 가장자리로 물러나 있다. 


앞 바닥에는 “우리 고장 군산의 3·1 운동사”와 건립 기를 새긴 8개 오석 석판을 조금 들어서 둘렀다. 낮은 원형 좌대에 “한강 이남 최초의 3·1 운동 발상지”라고 새기고, 그 위에 남녀 4인의 동상이 환호하는 듯하다. 인체미가 너무 눈부시다. 

부산 3·1 독립운동기념탑 부분, 전주 신흥고  3·1 운동 기념비, 군산 3·1 운동 100주년 기념 상징조형물 충혼 부분

전주 신흥고교 정문 녹지에 큰 자연석으로 만든 전주 3·1 운동 기념비를 세웠다. 당시 학생들이 태극기를 만들어 배포한 정신적 중심지를 기리고 있다. 높이가 4.5m나 된다. 흘려 쓴 글씨체가 인상적이다.


14. 삼일 독립선언 유적지 조형물

서울 종로구 "3·1 독립선언 광장" 바깥에는 이 장소를 기념하는 삼일 독립선언 유적지 조형물이 조성되었다. 독립선언서를 새긴 녹슨 곡면의 강판 조형물 자체가 거친 듯 수수한 경관 요소가 되었다. 

서울 태화빌딩 앞 삼일 독립선언 유적지 조형물

지난 62년  동안 형성된 수많은 3·1 운동의 기념 풍경은 매우 다양하고 또 다채롭다. 

물론 3·1 운동의 중심가치와 정신을 지키면서도 지방색이 더해져 여러 가지 해법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제작자의 창의성에 의하여 거듭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창작된 3·1 운동의 기념 풍경이 과연 어떤 진정미를 갖추고 있는지. 혹시 너무 형태에 의존하고, 형상미를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개인의 작풍에 너무 의존한 것은 아닌지.


기념 풍경의 형성은 되울림이다. 사건과 인물과 정신 가치를 존중하고 상응하는 행위이다. 이 시대 기념 풍경이 1919년을 기리어 되울림하여 왔다. 과연 조화로운가, 아니면 불협화음인지?



관련 기념지(건립 순)

1. 서울 탑골공원: 1897년 최초 서양식 공원 개조, 1920년 개방,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2가 38-1

  ∙3·1 정신 찬양비: 1967년 12월 건립, 글: 박종화, 글씨: 김충현

  ∙3·1 독립선언 기념탑: 1967년 12월 기념탑 건립. 제작: □□□

  ∙3·1 운동 기념 부조: 1967년(1980년) 12월 제작, 제작: 김종영

  ∙만해 한용운 선사 비: □□□□년 건립, 제작: □□□ 

2. 의암 손병희 선생 상: 1966년 5월 19일 건립,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2가 38-1 서울 탑골공원, 글: 이은상, 글씨: 김충현, 제자: 손재형, 조각: 문정화

3. 수원 3·1 독립운동기념탑: 1969년 3월 1일 건립, 10월 15일 이전. 경기도 수원 팔달구 남창동(교동 6-197 일원), 비문 글: 이병희, 설계 및 조각: 김경화

4. 3·1 운동 책원비: 1973년 6월 1일 제막,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덕궁길 164, 중앙고등학교, 글: 이희승, 글씨; 김응현, 새김: 이한순, 조각: 김영중

5. 군북 3·1 독립운동기념탑: 1979년 3월 1일 건립, 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 중암리 20-1, 설계 및 시공: (주) 아름다운 세상, 조각:이경순

6. 안성 3·1 운동 기념탑: 1984년 4월 1일 건립,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칠곡리 산 42-7 이전,  제작: 천성명

5. 안동 3·1 운동 기념비: 1985년 8월 15일 건립, 경상북도 안동시 상아동 486 월영공원, 글: 이희승, 글씨: 여원구, 설계·조각: 김영중

7. 광주 삼일 독립운동기념탑: 1986년 11월 28일 건립, 광주광역시 북구 하서로 52 중외공원, 글: 김정호, 글씨: 하남호, 제작: 고정수

8. 강화 3.1 독립만세 기념비: 1994년 견자산에 건립, 1996년 8월 28일 웃장터에 이전 재건립, 2011년 8월 9일 현지 이전, 2020년 재정비,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관정리 405, 용흥궁 공원, 글: 김영상, 글씨: 정광익

9. 부산 3·1 독립운동기념탑: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 착공, 1996년 3월 1일 완공. 부산광역시 동래구 명장2동 산 93-10, 부산 3‧1 독립운동 약사: 이태길, 최해군, 글씨: 조영조, 부산 3‧1 독립만세 운동가 글: 최해군, 기념탑 글: 박지홍, 글씨: 배재식, 제작: 조승래, 하상오, 김종기, 정철교

10. 전주 3·1 운동 기념비: 2000년 3월 1일 건립,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399 전주 신흥고등학교, 글씨: 강희남

11. 합천 3·1 독립운동기념탑: 2001년 건립,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읍 문화로 34 일해공원, 제작: 한국 전시 공업 협동조합

12. 원곡·양성 3·1 독립항쟁 기념탑: 2001년 11월 17일 건립,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만세로 868, 안성 3·1 운동 기념관, 글: 이성무, 설계: 삼풍 엔지니어링, 조각: 오형태, 시공: 석예석재

13. 황어장터 3·1 만세운동 기념관기념탑: 2004년 8월 15일 건립, 인천광역시 계양구 황어로 126번 길 9, 조각: 강영모

14. 군포 항일 독립 만세운동 기념탑: 2016년 5월 10일 건립, 경기도 군포시 군포역 1길 33 군포역 앞, 제작: 동일 종합건설

15. 3·1 독립운동 책원지 비: 2018년 9월 29일 건립,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덕궁길 164, 중앙고등학교

16. 군산 3·1 운동 100주년 기념 상징조형물 충혼: 2018년 11월 20일 건립, 전라북도 군산시 구암동 358-2, 구암 역사공원, 제작: ㈜ 피앤 정강선, 조각: 조준석

17. 삼일 독립선언 유적지 조형물: 2019년 8월 15일 조성,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194-39, 제작: 태화 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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