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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대 Mar 01. 2021

3·1 운동 순국 기념탑이 둘이다

1919년 3·1 운동의 기념 풍경 Ⅰ

기념탑의 사용기한이 있는가?


얼마 전 자료조사차, 3.1 운동의 성지라 할만한 제암리 3.1 운동 순국기념관에 들렸다. 넓은 기념공원 가운데 자리한 3.1 운동 순국 기념탑을 쉽게 찾았다. 그런데 경배하고 보니, 보고 싶었던 그 탑이 아니었다. 어쩐지 너무 크다 싶었다. 같은 이름인데...

물어서 탑을 찾다 보니 기념관 입구 옆에서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의 오른쪽 끝에  3·1운동 순국기념탑(1959) 삼각꼭대기가 살짝 보인다.

3.1 운동 순국 기념탑은 1959년 3.1 운동 40주년을 맞아 제암교회 터에 대한민국 최초로 건립되었다.


탑은 위가 뾰족한 사각 형태의 작은 오벨리스크, 즉 방첨탑 형상을 갖추었다. 외국에선 흔하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1930년 세워진 부산 나병원 기념비가 작지만 최초로 오벨리스크 형태를 갖추었다 한다.

3·1운동 순국기념탑(1959)의 여러 모습

비문을 직접 읽을 수 있어 좋다. 흔한 안내간판은 필요 없다. 더 친밀하게 다가온다.


"기미년 삼월 일일 일본의 말굽 아래 십 년 잠들었던 민족의 분노는 활화산 터지듯 일어나 삼일 독립운동이 선언되자 노도 같은 백의민족의 자유를 부르짖는 백수 항전의 드높은 함성은 삼천리 방방곡곡에 만길 불꽃을 올렸다. … 만고에 없는 일경의 잔인무도한 행도이었다. 스물아홉 분의 순국열사는 이렇게 푸른 피를 불 속에 뿌려 겨레의 넋을 지켰다. 오늘 자주독립의 국가를 찾은 두렁 바위 사람들은 순국열사의 명복을 빌면서 후세에 영원히 이 사실을 전하려 하여 당시 피화처였던 예배당 터에 정성을 모아 아담한 기념탑을 세운다. " 

기념관의 2017년 전시 사진의 3.1운동 순국기념탑

비탄한 내용 글을 마치 문양처럼 전체 탑신부에 새겼다. 가득 채워진 글자들. 비극 현장에서 비통해하듯 세워진 한스러운 의미를 더해준다. 전면 기단석에는 순국열사 29인의 명단을 새겼다. 탑신 정면의 태극기조차 아픈 듯하다.


그러나 이제 탑은 마치 이 기념관의 전시품의 하나 같다. 사진 찍기조차 쉽지 않다. 다른 전시품은 쾌적한 분위기에 조명도 제대로 받으며 한껏 뽐내는 듯한데 말이다


기념관 전시 사진에서 탑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때는 유일한 대상이었으리라. 이제 이 사진은 그 자체가 탑의 존재 기록이 되었다.


1983년 새로 건립된 탑은 화강석 통석으로 되어 크고 듬직하다. 높이가 거의  5m나 된다. 그리고 타원으로 두른 뒷 벽도 담직하다. 29 칸으로 구획하고 꼭대기에는 그때 희생당한 순국열사 29위를 상징하듯이 작은 태극기 29 를 갖추었다. 벽은 단순한 조형벽이나 테두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전 탑을 압도한다. 원래 이승만 대통령이 썼던 탑명을 그대로 옮겨 새겼다. 옆면에까지. 옛 탑에 대한 예우인가 아니면 미련? 아니 그 정신의 잇기이지 싶다. 그런데 글자가 크게 되니 느낌도 다르다.

1959년에 건립된 3·1 운동 순국 기념탑과 1983년에 건립된 3·1 운동 순국 기념탑

두 탑의 명칭도 같다. 이런 상황인지?


새로 탑을 세운 이유가 "비신이 작고 모양이 초라하여 선열을 현양 하기에 부족하므로 "이라 한다. 새로 된 탑에서 3.1 정신을 더 잘 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시대 돌아보면, 이런 상황이 한둘이 아니다.

기념탑의 가치를 되묻게 한다.



관련 기념지(건립 순)

1. 3·1 운동 순국 기념탑: 1959년 4월 22일 건립.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길 50. 제암리 3.1 운동 순국기념관, 글씨: 이승만, 글: 박종화, 글씨: 김용현

2. 3·1 운동 순국 기념탑: 1983년 4월 15일 건립,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길 50. 제암리 3.1 운동 순국기념관, 탑 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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