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5. ‘권력(權力)’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5

by 오석연 Aug 03. 2022

권력(權力)’은 상대방의 의사나 의지에 반해서 상대를 통제할 수 있거나 자기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힘 또는 능력을 말한다. 權(권세 권)은 뜻을 나타내는 木(나무 목)과 소리를 나타내는 雚(황새 관)이 합쳐진 한자로, ‘권세(權世)'’ ‘권력(權力)’ 등을 뜻한다. 力(힘 력)은 농기구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글자다. 권력이란 말속에는 상대방에게 원치 않은 행동을 강제하고 말을 따르게 하는 능력이 포함되어 있다.

권력과 함께 비슷한 의미로 권위(權威)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권력은 지위에서 파생된 독립적이고 비공식적이며 계층적이지 않다. 이렇게 수평적 조직과 수직적 조직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는 있다는 말이다. 반면 권위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결정과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합법적이고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권리이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나 국가의 고위층에게 주어진다. 그래서 권위는 수직적 조직과 같이 계층적이며, 상위에서 하위로 위임되는 권리이다.

권력은 연성권력(軟性權力 Soft power)과 경성권력(硬性權力 Hard Power)으로 나눌 수 있다. 연성권력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상대방이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고 싶게 만드는 능력으로 일종의 매력이다. 경성권력은 군사력, 경제력, 자원 등 상대의 이익을 위협하여 강압하는 능력이다.

루커스는 권력을 다차원이라고 정의하며 세 가지 관점에서 보았다. 1차원 권력은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게 하는 눈에 보이는 권력이다. 대한민국 남자는 병역의무국민은 세금을 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권력이다. 2차원 권력은 행위자 간에 갈등은 존재하지만, 조직적으로 억제하는 능력이다. 언론 등을 통하여 새로운 이슈를 내보냄으로써 앞의 불리한 이슈를 덮어버리는 권력을 말한다. 3차원 권력은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언론통제나 가짜뉴스를 활용하는 권력이다. 

막스 베버는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세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첫째오랜 전통이나 관습을 바탕으로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왕위 세습, 북한의 부자 세습, 재벌기업의 세습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헌법법률 등 제도적 명시 규정에 따라 정통성을 획득한 합법적 지배의 정당성을 가지는 것이다. 국가 권력, 교통법규 등과 같이 법에 명시된 것들이다. 셋째통치자의 초인간적 능력천부적 자실능력계시 등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적 권위에 의한 정당성이다. 종교 지도자, 혁명과 사회 격변기의 지도자들(연개소문, 박정희, 노무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사회에서 권력의 원천은 무수히 많다. 법률적으로 정당화된 공권력, 직위, 계급 등이 있고, 그 밖에도 무력(군사력), 재력, 외모, 이념, 사상, 연고(인맥, 혈연, 학연), 민족과 국가주의, 전문지식, 전통(관례) 등 권력이 싹트는 곳이다. 사람들이 권력의 원천이 되는 것에 목매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에서 보이는 권력의 범위는 정치인에게서 가장 많지만, 우리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권력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정치권력 외에 부모와 자식, 남편과 부인, 선배와 후배, 교사와 학생, 반장과 학생, 덜 사랑하는 사람과 더 사랑하는 사람 사이까지도 권력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권력은 시선 집중을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크다.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신자들에게 설교하는 목사,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운동선수, 시청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TV 속 사람들(연예인) 등 모두 권력자들이다. 관종들이 권력자란 말이다. 모든 정치인, 연예인 등이 노이즈 마케팅까지 서슴지 않으며 관종을 지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불편하고 민망할 뿐이다.

다만 이런 일반적 법칙을 따르지 않는 권력이 딱 하나 있다. 사랑이라는 게임에서 드러나는 권력의 속성이 그렇다. 보통 권력이라는 건 뭔가 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사랑이란 게임에서만큼은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것’, 그게 권력이다. 만약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둘 중 영화를 보고 싶거나 여행을 가고 싶거나 뭘 더 하고 싶은 쪽이 상대를 더 사랑하는 쪽이다. 사실 덜 사랑하는 쪽은 아무 상관이 없다. “하고 싶은 거 해, 뭘 하든 상관없어”라고 적당히 얼버무린다. 당연히 더 사랑하는 쪽이 무관심한 쪽의 눈치를 보게 되고, 권력이 덜 사랑하는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에서의 권력은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능력이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덜 사랑하는 사람이 강자고,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다. 사랑에 이기려면 사랑이 깨지지 않을만큼 덜 사랑하라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관계도 똑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학생 이기는 교사 없고연인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력을 상징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크기, 앉아 있는 의자, 모두를 감시할 수 있는 높은 위치, 호칭에 붙이는 전ㅇㅇ 등이 무언의 권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들이다. 건물이나 사무실에서 확실하게 다른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자리가 권력이 높은 곳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 위치가 선호되고, 우리는 권력을 더 가진 사람을 높은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높은 위치와 더불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인의 후원 모임에 산악회가 많은 이유가 높이 올라가기 위한 권력욕의 표시이고,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권력욕이 많은 것일 수 있다. 의자도 마찬가지로 높은 사람의 자리가 더 화려하고 좋다. 옛날부터 회전의자는 출세의 상징처럼 여겨왔다. 많은 권력자가 자리에서 물러나도 호칭 앞에 전 대통령, 전 장관, 전 국회의원 등 전(前)을 붙여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권력은 겉치레 옷과 같아서 벗으면 그만이다. 아무리 입고 있으려 노력해도 헛된 욕망의 옷일 뿐이다. 

권력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요지경 세상이다. 피도 눈물도 없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곳이 권력이란 전쟁터다. 이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요즘 매스컴에 등장하는 뉴스거리의 반은 진흙탕 싸움 얘기다. 그리 진흙탕에서 뒹굴면서 자식에게도 물려주지 않는 것이 권력이란다. 권력이 좋기는 좋은가보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권력이 커질수록, 도덕성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말한다. 권력, 즉 남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도덕성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이라는 옷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 입은 옷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입혀준 옷이기 때문이다. 입고 있을 때 정당한 방법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권력만이 지속될 수 있음을 우리는 과거 수많은 역사를 통해서 보아왔다.

벌이 꽃의 꿀을 탐해야 꿀을 갖고 집에 갈 수 있다. 욕심을 부려 꿀단지를 탐하면 빠져 죽게 된다. 권력도 이와 같다. 권력의 맛에 취해 자꾸 깊이 빠지게 되면 거기서 파멸하게 된다. 역사 속의 수많은 최고 권력자들이 자리에서 내려와 겪는 수모와 치욕을 보면 증명된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허망한 것으로 치면 권력만 한 것이 없다. 이 당연한 이치를 모르고 권력의 꿀맛에 취했다가 깨어나지 못한 경우들이다.

권력은 내가 쟁취한 것이 아니고 국민이나 국가, 최고경영자(CEO) 등 누군가가 내게 위임해 준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행복보다 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쓰여야 함은 당연하다. 권력자들이여~! 권력을 획득하는 데 혈안이 되지 말고손에 쥔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 힘쓰시기를~!

이전 14화 14. ‘기도(祈禱)’의 의미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